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Jul 20. 2021

13인의 인류

이상 : 오감도

오감도

       이상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A Crow’s-Eye View

                 by Lee, Sang     


Thirteen children are rushing through the street.

(It would be proper that the road leads to a deadlock.)     


The first child says it’s scared.

The second child says it’s scared.

The third child says it’s scared.

The fourth child says it’s scared.

The fifth child says it’s scared.

The sixth child says it’s scared.

The seventh child says it’s scared.

The eighth child says it’s scared.

The ninth child says it’s scared.

The tenth child says it’s scared.

The eleventh child says it’s scared.

The twelfth child says it’s scared.

The thirteenth child says its’s scared.

The thirteen children are only made up of scary and scared ones.

(It would be better that there is no other condition.)       


You may say one out of them is scary.

You may say two out of them are scary.

You may say two out of them are scared.

You may say one out of them is scared.     


(It would be proper that the road leads to an open alley.)

The thirteen children do not have to rush through the street.     


높은 곳에서 보면 모두가 아이처럼 작아 보인다. 시인의 시에서는 13명의 아이(아해)가 등장한다. 숫자는 상관없다. 하늘을 나는 까마귀의 눈에 열셋의 아해가 보였을 뿐이니까. 그것은 인류를 뜻한다. 지구 위에 사는 인간 동포들을 의미한다. 아이처럼 작고 하찮은 존재, 무기력하게 갈 곳 모르고 내달리는 무지한 존재. 인간은 두 종류로 나뉜다. 무서운 인간 그리고 무서워하는 인간. 시나 소설에서 스토리가 사라진 것은 오래전이다. 남은 것은 상황뿐이다. 인간이 처한 상황. 그 불안의 협곡 속에 갇힌 인간의 상황일 뿐이다.     


그렇게 보면 이상(김해경)이 쓴 오감도의 첫 편인 이 시는 난해함도 아니요, 그 무슨 아방가르드의 아류도 아니다. 그것은 너무도 명징한 인간의 상황일 뿐이다. 그렇게 던져 놓은 세상과 인간의 틀 속에서 이상은 또다시 자유를 구가한다. 막힌 길은 뚫린 길일 수 있으며 아이들은 달려도, 달리지 않아도 좋다. 20세기 초의 실험적 예술 정신은 극단적 사실주의와 닿아있다. 오늘 아이처럼 작은 모습으로 움츠리거나 꿈틀거리는 우리의 모습을 높이 나는 까마귀가 보며 웃음 짓는 시이다.

(시를 해석하는 것은 오류이니 그저 저의 느낌이라 생각해 주십시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