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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22. 2021

향기로 하는 대화

이화주 : 고건 모르지요

고건 모르지요

          이화주     

어둠이

커다란 어둠이     


꽃들을 재웠다고

큰소리치지만     


꽃들은 자는 척

향기로 이야기

나누는 걸     


어둠은

고건 모르지요.     


It Never Knows

           Lee, Hwa-joo     


Darkness ,

Huge darkness     


Boasts that

It makes the flowers sleep.    


But the flowers,

Pretending to sleep

Talk to each other with fragrance.    


Darkness

Never knows.     


이화주 시인의 동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낮 동안 그 환한 빛깔과 밝은 미소로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잡던 꽃들도 짙은 어둠이 내리면 모든 것을 잃은 듯 침묵 속에 고개 떨굽니다. 깊은 밤 그들도 잠이 들었나요? 하지만 꽃들은 그 자태만으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낮부터 내뿜던 달콤한 향기가 있었지요. 어둠만 모른 것이 아니었어요. 햇살 속을 지나며 허리 굽혀 그 향기를 맡던 행인도 밤에는 그 꽃을 잊고 있었으니까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향기가 있습니다. 꽃은 꽃향기, 바람은 바람의 향기 그리고 사람에게는 사람의 향기가 있지요. 사람의 향기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그것은 그가 가장 사랑하는 것의 향기입니다. 시인에게서는 잉크 냄새가 나죠. 간호사에게서는 소독약 냄새가 노동자에게서는 기름 냄새가 납니다. 그리고 그 향기는 낮에도 밤에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주변이 모두 암흑에 덮여도 잠들지 않는 우리만의 향기가 있습니다. 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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