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Aug 05. 2021

강물처럼 흐르는 마음

김영랑 :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The River Flows Endlessly

                  Kim, Young-rang     


Somewhere in my heart

The river flows endlessly.

The fresh light of the rising morn

Sharpens the shining silver waves.

Somewhere in my heart, eyes or veins

A place where my mind is silently hidden.     


Somewhere in my heart

The river flows endlessly.      


시인의 마음속에 강물이 흐릅니다. 그 강물 위로 아침의 햇살이 쏟아져 은빛 물살 위로 보석처럼 반짝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그렇듯 물결처럼 흘러야 합니다. 고인 곳 없이 끝없이 흘러 목마른 모든 곳을 적셔야 합니다. 가슴에, 눈빛에, 핏줄에 담겨 언제나처럼 막힘이 없어야 합니다. 그것이 보이지는 않아도 마음의 평화이고 삶의 여유이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입니다. 시인의 마음처럼 우리의 마음에도 강물이 흐릅니다. 어디에 부딪혀도, 피하지 않아도, 조용히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영랑의 시를 읽으며 영국 시인 테니슨의 시구가 함께 떠오릅니다. 마음속의 그 깊고 아름다운 사색의 세계가 은밀히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저 깊은 바다에서 친구들을 태워오는

돛단배에 반짝이는 첫 햇살처럼 푸르게,

수평선 넘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태우고 사라지는

돛단배를 붉게 물들이는 저녁의 황혼처럼 슬프게,

그렇듯 푸르게 슬프게 사라진 날들.   

                     (알프레드 테니슨, ‘눈물, 천천히 흐르는 눈물’ 중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