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갈대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A Reed
Shin Kyong-rim
Sometime a reed
Was silently crying inside.
Maybe that night
It came to know its whole body was shaking.
But the reed didn’t know a bit
It was neither the wind nor the moonlight
But its own low crying
That shook it.
It didn’t know
Living was silent crying
Inside.
마음속으로 우는 조용한 울음만큼 절절한 아픔이 또 있을까요? 갈대처럼 우리는 언젠가부터 마음속으로 울고 있었을 것입니다. 소리 내지 않고, 아픈지도 모른 채 울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울음으로 온몸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는 것은 모든 것이 잠든 밤이었을 겁니다. 사랑도 미움도, 그리움도 쓸쓸함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내 안에서 터져 나온 까닭 모를 울음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살아있음의 신호였습니다. 그것은 사랑하고 있음의 증거였습니다. 그것은 외로움에 지친 내 영혼의 위안이었습니다. 소리 없는 울음, 그것이 삶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