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Aug 12. 2021

소리 없는 아우성

유치환, 깃발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A Flag

     Yoo, Chi-whan     


This is an outcry with no sound.

An eternal handkerchief of nostalgia

Waving toward the blue sea.

A pure heart is flapping like a wave in the wind,

At the edge of a post signalling an ideal, just and right

A sadness, like a white heron, spreads its wings.

Ah, who is he?

The first man hanging in the air

Such a sad and bitter heart.      


허공에 매달린 저 깃발은 누구를 맞아 손을 흔드는가? 무엇에 홀려 그렇게 온몸을 떨며 고요 속에 소리치는가! 높이 올라선 깃발은 저 멀리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 외치는 모양이다. 남녘 바닷가 소년의 맑은 꿈은 세월의 바람에 흔들리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여전히 남은 슬픔은 어느 순간 긴 팔을 휘저어, 삶을 안내하던 그 지워진 이상을 되살린다. 아, 멋진 깃발이 흔들린다. 저 깃발을 세운 이는 누구일까? 누구라서 삶의 애환을 저 허공에 매달아 아우성치게 하는가? 나의 흐린 기억을 끊임없이 흔드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