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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16. 2021

청동 쥐와 국회의원

한 사내가 해변 휴양지로 바캉스를 왔다가 작은 기념품 가게에 들렀어요.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청동으로 만든 쥐 조각을 발견했죠.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지고 심지어는 장인의 솜씨가 담긴 멋진 예술품처럼 보였어요. 사내는 그것을 반드시 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상품들과는 달리 그 조각에는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았지요. 청동 쥐를 들고 그는 계산대 앞에 서서 물었습니다.    


“이게 얼마죠?”

“청동 조각은 12달러이고, 그 조각에 얽힌 이야기 값은 100달러예요.”    


사내는 주머니에서 12달러를 꺼내 지불하고는 말했죠.     

“조각은 살게요. 이야기는 그냥 가지고 계세요.”    


사내가 청동 쥐를 들고 가게 밖으로 나오자 어디서 왔는지 길모퉁이에 몇 마리의 쥐들이 모여 있었어요. 그리고 사내가 걸어가자 그 뒤를 쫓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하수구에 있던 더 많은 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사내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빠르게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러자 쥐들도 그의 뒤를 따라 더 빨리 뛰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수천 마리에 달하는 쥐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그의 뒤를 쫓았습니다. 사내는 미친 듯이 해변을 향해 뛰기 시작했죠. 얼핏 뒤를 바라보니, 아! 세상의 모든 쥐가 모인 듯 수백만 마리의 쥐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바닷가에 도착한 사내는 있는 힘껏 청동 쥐를 바다를 향해 던졌습니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쥐들이 모두 바닷속으로 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뒤로하고 사내는 서둘러 기념품 가게로 돌아갔습니다. 숨이 턱에 닿아 들어서는 사내를 보고 가게 주인이 물었죠.     


“이야기를 마저 사러 왔군요.”     


그러자 사내가 헐떡이며 말했습니다.     

“이야기는 됐고요... 혹시 청동으로 만든... 국회의원 조각은 없나요?”     


우스개 이야기입니다. 사내는 쥐 대신 국회의원들을 바닷속에 쓸어 넣고 싶었던 모양이죠!! 어쩌면 의회정치라는 것은 환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대표를 뽑아 법을 만들게 하고 권력을 부여한 것은 난센스였어요. 일단 대표로 선출이 되어 힘을 갖게 되면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이 아니라 더 큰 힘을 지닌 사람에게 봉사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부패한 정치인이 되기 십상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정치를 만들고 시행해온 이래 그나마 가장 나은 제도려니 믿고 따르고 있을 뿐인 거죠. 고대 서양의 직접 민주주의라는 것은 더 웃기는 것이었어요.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고 있었으니까요. 그나마 현대에는 인구가 많아 한 곳에 모일 수도 없게 되었지요.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사이버 직접 민주정치를 얘기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별로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아무 말이나 던져대는 사람들을 보면 때론 역겹기까지 하니까요. 그러니 어쩌겠어요. 문제는 많지만 제일 나은 것이 의회정치라는 것을 믿을 수밖에요.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의 문제예요. 정치인다운 정치인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거죠. 유대인들이 메시아를 기다리는 것만큼 요원하기는 하겠지만요. 한 마디만 더 하죠. 요즘 같이 모두가 힘든 세상에 정치마저 날마다 저 잘났다 싸움질이나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기후 위기’만큼 ‘정치 위기’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뉴스 보기가 짜증 나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우스개 하나 던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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