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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22. 2021

개미와 인간

어느 일요일 오후 그는 아파트 베란다에 놓인 의자에 앉아 포근한 햇살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금방 내린 커피 향이 은은히 퍼지고 있었죠.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커피잔을 입에 가져가는 순간 그는 베란다 바닥을 기어가는 작은 개미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몇 배는 되어 보이는 나뭇잎 조각 하나를 운반하고 있었습니다. 크지 않은 베란다였지만 이 작은 개미에게는 아주 긴 여정이었죠. 그는 제법 오랜 시간 그 작은 생명체의 움직임을 지켜보았습니다. 무거운 짐을 부지런히 끌고 가는 개미를 보며 그는 조물주가 창조한 생명체에 대해 새삼스런 경외심이 들었습니다. 그 작은 개미조차 자신의 목적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것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개미가 베란다 바닥의 깨진 틈을 만나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개미는 잠시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었습니다. 마치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 듯했지요. 얼마 뒤 개미는 나뭇잎 조각을 그 틈 위로 올려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로 기어 반대편으로 가더니 다시 나뭇잎을 입에 물고 끌어당기는 것이었습니다. 놀라운 일이었지요. 언제 사람의 발에 밟힐지 모르는 그 하찮고 나약한 존재조차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작은 생명 속에도 우주의 모든 것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개미에게도 분석하고, 사유하고, 추론하고, 탐색하며, 발견하고, 극복하는 모든 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새로운 깨달음이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난 뒤 개미는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벽 끝에 있는 아주 작은 구멍이 개미가 사는 집의 입구였던 것이죠. 그런데 마지막 순간 그는 알게 되었습니다. 개미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능력만큼이나 그들의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입구에 도착한 개미는 한동안 구멍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그 길었던 사투 끝에 끌고 왔던 나뭇잎 조각은 그 작은 구멍으로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개미는 나뭇잎을 그대로 두고 빈손으로 입구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삶은 걱정뿐입니다. 가족 걱정, 직장 걱정, 돈은 벌어야 하고, 집도 있어야 하죠. 멋진 차도 갖고 싶고, 화려한 옷도 입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도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결국 버리고 가야 합니다. 우리가 그토록 얻기를 갈망하고, 잃을까 두려워했던 모든 것들은 마침내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죠. 어차피 가져갈 수 없으니 말입니다. 너무도 뻔한 결말을 우리는 모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마치 저 가련한 개미처럼 우리도 온갖 힘을 다해 그 나뭇잎을 종착역까지 힘들게 끌고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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