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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30. 2021

모두 가서 맺어지겠지요

김동리 : 꽃

꽃 

    김동리     


우리의 한숨 하나하나 

눈물방울 하나하나 

노래 하나하나 

그것은 모두 가서 맺어지리라     


가파른 언덕 위에 꽃이 핀다……     


우리의 목숨은 갈 데가 있다 

게으른 나비처럼 봄볕에 졸고 있을지라도 

시위 떠난 화살은 과녁을 향해 가는 것을     


우리의 목숨 하나하나 

노래 하나하나 

눈물방울 하나하나 

그것은 모두 가서 맺어지리라     


극락과 지옥이 신선한 과일 함께 

식탁 위에 놓인 정오     


아아 까마득하게 쳐다보이는, 저 멀리 

절벽 위에 핀 꽃이여.     


A Flower 

        Kim, Dong-ri    


Each one of our sighs

Each one of teardrops

Each one of songs 

All these shall go and be bound together.     


On the steep hill bloom the flowers...    

Our life has a place to go

Even when a lazy butterfly dozes in the spring sun,

The arrow from a string flies toward the target.         


Each one of our lives

Each one of songs 

Each one of teardrops

All these shall go and be bound together.    


At noon, the heaven and the hell

Are placed on the table with fresh fruits.    

Ah, a flower appears

On a remote cliff seen from afar.        


한숨과 눈물과 노래들은 언젠가 하나가 됩니다. 이 세상의 기쁨과 슬픔, 만남과 헤어짐, 삶과 죽음마저도 언젠가는 한 곳에 모이기 마련입니다. 이 세상에 떨어져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인 때문입니다. 가파른 언덕 위에 핀 꽃들처럼 모여서 맺어질 뿐입니다.       


삶의 목적지는 어디일까요? 나비조차 졸고 있는 나른한 봄날에도 삶의 여정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결국은 화살처럼 빠르게 목적지를 향할 뿐입니다. 우리의 삶도, 노래도, 눈물도 하나입니다. 그렇게 환호하고 눈물짓던 모든 기억도 결국은 한 곳에 모일 뿐입니다. 태양이 가장 높은 그 정오에 삶과 죽음이 하나로 모여 달콤한 과일 향처럼 허공에 흩어집니다. 아, 저 멀리 보이는 깎아지른 절벽 위에 꽃 한 송이 피어납니다. 그 꽃도 언젠가는 세상 모든 것들과 하나가 되겠지요. 손 닿을 수 없는 그곳에 있다한들 어찌 함께하지 못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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