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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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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05. 2021

할아버지 사진

일요일 오후 엄마는 오랜만에 한가롭게 잡지책을 읽고 있었어요. 하지만 늘 그렇듯이 여섯 살짜리 귀여운 딸이 수시로 엄마에게 와서 수다를 떨어댔습니다. 누가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더군요. ‘아이가 아무리 귀여워도 잘 때보다 귀여운 때는 없다’고. 엄마는 아이에게 무엇이든 시켜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잡지책 중에 세계지도가 나와 있는 부분을 뜯어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여러 번을 찢어서 아이에게 주었죠. “네 방에 가서 이 지도를 원래대로 맞춰와. 그러면 저녁에는 맛있는 쿠키를 구워줄 테니까.“ 아이는 찢어진 조각을 들고 신이 나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엄마는 그 지도를 맞추려면 족히 몇 시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몇 분 지나지 않아 아이가 방에서 나왔습니다. 놀랍게도 아이는 완벽하게 지도를 붙여온 것이었어요. 엄마는 딸아이가 자신도 몰랐던 천재가 아닐까하는 표정으로 물었죠.     


“이걸 어떻게 금새 다 붙였지?”     

“지도 뒤에 어떤 할아버지 사진이 있었어요. 그걸로 맞추니까 금방 되던데요, 엄마.”    


이 세상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에는 언제나 또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몰랐네요. 어려움에 마주치면 다른 면을 찾아봐야겠어요. 문제를 해결할 쉬운 방법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기쁨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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