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석 : 믿음에 관하여
믿음에 관하여
임영석
나무를 보니 나도 확실한 믿음이 있어야겠다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둥이 있어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다가 가야겠다
그러려면 먼저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땅에
내 마음의 나무 한 그루 심어야겠다
눈과 비, 천둥과 번개를 말씀으로 삼아
내 마음이 너덜너덜 닳고 헤질 때까지
받아 적고 받아 적어 어떠한 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침묵의 기도문 하나 허공에 세워야겠다
남들이 부질없다고 다 버린 똥, 오줌
향기롭게 달게 받아먹고 삼킬 수 있는 나무,
무엇을 소원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나무,
누구에게나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
그런 나무의 믿음을 가져야겠다
하늘 아래 살면서 외롭고 고독할 때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고 싶을 때
못 들은 척 두 귀를 막고 눈감아 주는 나무처럼
나도 내 몸에 그런 믿음을 가득 새겨야겠다
About a Belief
Lim, Young-seok
A tree makes me think I have to have a firm belief.
With a pillar never shaken by any wind,
I have to live a shameless life under the sky.
Now I want to plant a tree of mind
In the earth which allows its deep roots.
With snow, rain and thunder as His Words
I will write down over and over without listening to any other sound
And offer a prayer in the air
Till my mind is worn to tatters.
A tree gladly swallowing useless feces and urine
Others have thrown away.
A tree living with no wish.
A tree offering a shade to anyone.
I have to have that belief of a tree.
When I am alone in loneliness,
When I want to weep sadly
The tree will be deaf and dumb pretending to see and hear nothing.
I will have such a belief engraved in my body.
나에게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는가? 누가 무어라 하든 붙들고 놓지 않을 그런 믿음이 있는가? 그 믿음이란 무엇일까? 세상이라는 험한 바다를 항해할 때, 그 폭풍우와 거친 파도를 넘으며 그래도 고요한 바다와 햇살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일까? 그토록 사랑했던 그 많은 것들, 사람들, 그들도, 그것들도 날 사랑한다는, 사랑했다는 믿음일까?
나무와 같은 믿음을 심겠다는 시인의 말이 왜 그리 안타깝고, 서럽게 들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 땅에 우리 모두의 가슴에 믿음은 과연 있는 것인지요. 무엇을 그리고 믿고 싶어 말없이 견디고 선 나무의 믿음을 닮고 싶었을까요. 세상의 모든 힘들고 추한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고통 속에도 남을 위해 빈자리를 내어줄 희생의 믿음을 왜 그리 간절히 기원하는 것일까요. 외롭고 슬픔에 겨워 눈물지을 때 말없이 바라보아주는 그런 나무 같은 믿음은 과연 이 세상에 있을까요? 결국 눈과 비와 천둥의 두려움을 이겨낼 것은 그의 말씀을 새겨 기도하는 것뿐이겠지요. 왜 그런 간구함을 허공에 세워야 하는 것일까요? 수많은 질문들이 마음을 사로잡아 오늘도 내 믿음은 흔들리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