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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22. 2021

내 마음속 담배


담배 

         김병훈     


담배는 샀지만 

다른 사랑은 사지 않겠습니다     


담배는 피웠지만 

바람은 피우지 않겠습니다     


담뱃재는 털어버렸지만 

그대를 향한 그리움은 

늘 버리지 않겠습니다     


담배꽁초는 버렸지만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절대 버리지 않겠습니다    


A Cigarette

            Kim, Byung-hoon


I got a pack of cigarette 

But I will never buy a different love.     


I smoked a cigarette 

But I will never smoke on cloud nine for another love.    


I flicked away the ashes from a cigarette

But I will never kick away

My yearning toward you.     


I threw away a cigarette butt 

But I will never give up 

My love toward you.      


50년을 피웠던 담배를 끊어보려 합니다. 목도 안 좋고, 건강도 예전 같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제일 큰 문제는 아파트 안에서 담배를 피울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담배를 끊기는 어려워 전자담배로 바꾸어봤죠. 전에도 피워보긴 했는데 만족도가 떨어져서 결국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일반 담배 피우기를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환경의 동물이긴 한 것이 조금 모자라도 상황에 따라 만족감을 타협하게 되더라고요. 이제 일주일 정도니 더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비교적 잘 견디고 있습니다.     


제 담배는 분명 마음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왠지 담배를 한 대 피워야 하루가 시작될 것 같고, 커피를 마셔도 담배 연기가 함께 있어야 할 것 같고, 글을 쓸 때도 중간중간 지금쯤 담배를 피워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죠. 사실 담배를 피울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데 말입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후배들이 가끔 몸에도 안 좋은 담배를 왜 피우냐고 물으면 이렇게 말하곤 했죠. “몸에는 안 좋은데 다른 데는 다 좋아.” 무슨 치기인지 모르지만 의지 부족을 그렇게 변명하곤 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담배를 피우는 건 피울 수 있어서라고. 담배를 피울 수 없는 순간이 오면 누구든 어쩔 수 없이 끊게 마련이라고. 그럴듯한 말 같은데 사실 모순이죠. 담배가 그 순간을 당길 수밖에 없다는 걸 모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전자담배로 피우는 횟수를 줄여보고, 내 오랜 습관 회로에 들어있는 담배에 대한 집착을 가라앉혀 보려 합니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마음속에 담배에 대한 그리움, 사랑 그런 것들은 버리기가 어렵습니다. 설사 담배를 끊는다 하더라도 다른 사랑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랜 동반자였으니까요. 그런 대상을 잃는 것은 너무 엄청난 스트레스일 겁니다. 그래도 이제는 깨달아야겠지요. 만나면 무엇이든 헤어져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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