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Nov 02. 2021

너 없는 봄날

이창훈 : 조화

조화(造花)

        이창훈     


―    

꽃이 되고 싶었다

꽃으로 피고 싶었다    


너만의 꽃이 되어

네 눈 속에

네 가슴 한복판 _

너만의 꽃으로 피어나고 싶었다    


물을 주지 않아도

햇살 한 줄기 내려오지 않아도

뿌리내릴 뿌리 하나 없어도     


밝고 화사한 얼굴을 들어

태어난 빛깔 그대로

그냥 말없이 너를 보고 싶었다    


너 없는 봄날

너에게 영원한 꽃이 되고 싶었다.     


An Artificial Flower

              Lee Chang-hoon     


I wanted to be a flower.

I wanted to bloom as a flower.     


As a flower only for you

I wanted to bloom

In your eyes,

In the middle of your breast.     


Without a drop of water

Without a ray of sunshine

Without a root to be rooted down,    


I just wanted to see you silently

With my bright and vivid face up

As colored as it was in birth.    


On a spring day without you

I wanted to be a flower for you forever.     


한동안 몸이 아팠습니다. 퇴직 후에는 이유 없이 아프기도 하다더니 제가 꼭 그런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중 이창훈 시인이 두 권의 귀한 시집을 제게 보내주셨습니다.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이 시인은 놀라운 감성으로 삶과 사물을, 그리고 우리의 감정마저도 아름답게 채색하는 능력을 지닌 분입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그의 시집을 펼치다가 그 시집의 제목을 담고 있는 시를 만나게 되었지요.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 그 아름답던 봄날의 찬란함 속에 이미 떠나버린 ‘너’를 위해 피어나는 꽃이 되고 싶은 그리움의 절정. 시인은 꽃이 되어 피어나고 싶었습니다. 한 방울의 물, 한 줄기의 햇빛 없이도 피어날 수 있는 꽃, 뿌리가 없어도 땅 속 깊이 파고들 수 있는 꽃. 그 꽃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못다 한 사랑일 뿐일 겁니다. ‘너 없는 봄날’이란 표현은 왜 그리 가슴을 아프게 하는지요. 하지만 환한 얼굴로, 말없이 꽃처럼 피어나, 예전처럼 빛나는 색깔로 당신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절절한 외로움과 그리움은 조금이나마 가실 수 있을지 모르죠. 이 깊은 가을에도 ‘너’는 여전히 내 곁에 없습니다. 그래도 다시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너 없는 어느 날 꽃이 되어 당신을 바라볼 수 있겠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무엇도 나무라지 않는 나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