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造花)
이창훈
―
꽃이 되고 싶었다
꽃으로 피고 싶었다
너만의 꽃이 되어
네 눈 속에
네 가슴 한복판 _
너만의 꽃으로 피어나고 싶었다
물을 주지 않아도
햇살 한 줄기 내려오지 않아도
뿌리내릴 뿌리 하나 없어도
밝고 화사한 얼굴을 들어
태어난 빛깔 그대로
그냥 말없이 너를 보고 싶었다
너 없는 봄날
너에게 영원한 꽃이 되고 싶었다.
An Artificial Flower
Lee Chang-hoon
I wanted to be a flower.
I wanted to bloom as a flower.
As a flower only for you
I wanted to bloom
In your eyes,
In the middle of your breast.
Without a drop of water
Without a ray of sunshine
Without a root to be rooted down,
I just wanted to see you silently
With my bright and vivid face up
As colored as it was in birth.
On a spring day without you
I wanted to be a flower for you forever.
한동안 몸이 아팠습니다. 퇴직 후에는 이유 없이 아프기도 하다더니 제가 꼭 그런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중 이창훈 시인이 두 권의 귀한 시집을 제게 보내주셨습니다.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이 시인은 놀라운 감성으로 삶과 사물을, 그리고 우리의 감정마저도 아름답게 채색하는 능력을 지닌 분입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그의 시집을 펼치다가 그 시집의 제목을 담고 있는 시를 만나게 되었지요.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 그 아름답던 봄날의 찬란함 속에 이미 떠나버린 ‘너’를 위해 피어나는 꽃이 되고 싶은 그리움의 절정. 시인은 꽃이 되어 피어나고 싶었습니다. 한 방울의 물, 한 줄기의 햇빛 없이도 피어날 수 있는 꽃, 뿌리가 없어도 땅 속 깊이 파고들 수 있는 꽃. 그 꽃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못다 한 사랑일 뿐일 겁니다. ‘너 없는 봄날’이란 표현은 왜 그리 가슴을 아프게 하는지요. 하지만 환한 얼굴로, 말없이 꽃처럼 피어나, 예전처럼 빛나는 색깔로 당신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절절한 외로움과 그리움은 조금이나마 가실 수 있을지 모르죠. 이 깊은 가을에도 ‘너’는 여전히 내 곁에 없습니다. 그래도 다시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너 없는 어느 날 꽃이 되어 당신을 바라볼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