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잘못 살고 있다고 느낄 때

오규원 :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 이기철 : 그렇게 하겠습니다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오규원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空想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 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A Sudden Feeling That I’m Living in a Wrong Way

                                 Oh, kyu-won     

Nothing is easier than to sleep. 

But even sleeping is not easy for me,

I am lying with my eyes wide open. 

Between one and two at midnight

Between my empty dreams from one to two 

I suddenly feel that I’m living in a wrong way.

That feeling pours a bowl of cold water on my head.  

Silently turning around with my eyes open absent-mindly,

I see the devilish night hug my wet body 

And whisper 

‘Leave your life as it is---in a wrong way.’       

깊은 밤 여전히 잠 못 들고 뒤척이다가 ‘내가 잘못 살고 있나?’라는 생각에 소스라쳐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두 손으로 건조한 낯을 비비다가 이내 생각이 끊기고 맙니다. 그러면 이불을 끌어당겨 오지 않는 잠을 다시 청하곤 합니다. 분명 어리석었던 무언가가 거칠게 가슴을 두드려도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는 거죠. ‘너무 비굴했던 것이 아닐까? 그들에게 이유 없이 거칠게 대한 것은 아닐까? 그 순간 왜 그리 화를 참지 못했을까?... 그때 정신을 차렸으면 아이들이 버스를 갈아타면서 이 먼 곳까지 통학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후회스러운 일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아! 분명 나는 잘못 살고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잠 못 드는 깊은 밤 나는 왜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늘 잘못을 저지르기 일쑤인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함께 주셨겠지요. ‘오늘 그 친구에게 칭찬을 해주었더니 너무 좋아하더군. 아파트 담벼락 아래에서 야채 몇 포기 놓고 파는 아주머니에게 거스름돈을 받지 않았다니까! 오늘은 제법 우리 팀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될 만한  얘기를 한 것 같아... 아이들이 용돈을 모아 아빠 생일이라고 머플러를 사 오지 않았겠어...’ 잘못한 일에 대한 후회는 좋은 일로 밖에는 상쇄가 안 되지요. 하지만 남에게 입힌 깊은 상처, 내 앞에 놓인 절망적인 상황들은 여전히 내 삶에 대한 후회로, 잘못된 삶에 대한 분노와 연민으로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해야 합니다. 무릎 꿇고 잘못을 참회하고 이 거대한 고통의 파도를 거두어 달라고 빌어야 합니다.     

나는 독실한 신자는 아닙니다. 여전히 인간에 대한 ‘신의 뜻’ 같은 것에 회의를 품고 있고, 왜 굳이 이스라엘이나 인도의 신에게 경배를 해야 하는지도 의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잘못된 삶과 그로 인한 현재의 고통, 알면서도 저지르는 무수한 잘못들에 대해서는 절대자 앞에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비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이든, 부처님이든 아니면 내 마음속에 함께 있는 그 절대의 누구에게라도 속죄와 참회의 말을 뱉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시인의 마음도 그러했으리라 믿습니다. 신의 전능함을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의 귓전에 잘못된 삶을 떠올려 잠을 살해하고, 그 죄의 용광로 속에 우릴 가두려는 악마가 매일 밤 우리의 잠자리에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잠 못 드는 밤, 참회의 시구를 떠올려 보는 것도 기도 일지 모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기철     

내 걸어온 길 되돌아보며 

나로 하여 슬퍼진 사람에게 사죄합니다 

내 밟고 온 길 

발에 밟힌 풀벌레에게 사죄합니다     

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 받은 이 

내 길 건너며 무표정했던 

이웃들에 사죄합니다     

내 작은 앎 크게 전하지 못한 교실에 

내 짧은 지식 신념 없는 말로 강요한 

학생들에 사죄합니다     

또 내일을 맞기 위해선 

초원의 소와 순한 닭을 먹어야 하고 

들판의 배추와 상추를 먹어야 합니다 

내 한 포기 꽃나무도 심지 않고 

풀꽃의 향기로움만 탐한 일 

사죄합니다     

저 많은 햇빛 공으로 쏘이면서도 

그 햇빛에 고마워하지 않은 일 

사죄합니다 

살면서 사죄하면서 사랑하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