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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28. 2021

이별 후의 슬픔

이재무 : 이별

이별  

     이재무


마음 비우는 일처럼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그리움 깊어갈수록

당신 괴롭혔던 날들의 추억

사금파리로 가슴 긁어댑니다

온전히, 사랑의 샘물

길어오지 못해 온 내가

이웃의 눈물

함부로 닦아준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요

가슴 무덤에 생뗏장 입히시고

가신 당신은

어느 곳에 환한 꽃으로 피어

누구의 눈길 묶어두시나요

마음 비우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당신은 내 곁에 없었습니다

아픈 교훈만

내 가슴 무덤 풀로 자랐습니다


Parting

      Lee, Jae-moo


Nothing is harder than

To empty your mind.

The deeper your yearning is,

The more bitter the memory of your painful days is,

As if your heart were scratched by a potsherd.

What a shame it is

For me not to bring

Complete love from its well  

And to dare to wipe away

Others’ tears.

Now you are gone

With your tomb covered with fresh lawn,

Where will you bloom as a flower

To catch someone’s eyes?  

When I know it is love

To empty my mind,

You are not with me any longer.

Only the sad lesson grows in my mind

Like the weeds around the grave.


이별이 없는 삶은 없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정든 장소,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상상합니다. 그 사후의 세계에서는 영원히 이별은 없으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세의 삶에서 우리는 결코 이별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별 후의 슬픔을 마음에서 지우기란 얼마나 힘든 일일까요. 그것을 잊으려 하면 할수록 그리움만 더해갈 뿐이니까요. 소중한 당신조차 온전히 사랑하지 못한 채 떠나보낸 내가 누구에겐들 위로와 사랑이 될 수 있을까요. 떠난 당신이 머무르는 그곳에서 꽃으로 다시 피어나기를! 누군가의 사랑의 눈길을 받을 수 있기를! 마음을 비우고 순수하게 당신을 바라봐주는 것이 사랑임을 알게 되었지만 당신은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않습니다. 사랑은 곁에 있을 때 베푸는 것임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하지만 이별 후의 그리움과 슬픔 속에서 무엇을 깨달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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