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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21. 2021

시인의 바람

조현수 : 나의 시 

나의 시 

        조현수 


나의 시는,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 위로 쏟아지는 

감미로운 햇살이면 좋겠다


평범한 사람들의 

귀갓길에 

동행하는 

저녁 바람이면 좋겠다


한 송이 꽃

이름 없는 잡풀

모든 것들의 속삭임이 

숨 쉬는 시  


때로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열정이

때로는 바다처럼 차가운 공정함이 

존재하는 

그런 시였으면 좋겠다


나의 시는, 


조용하고

유쾌하게

지금 이 순간에 

살아있으면 좋겠다


반복되는 일상에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

빛나는 별이었으면 좋겠다. 


My Poem

        Cho, Hyun-soo 


My poem,


I wish that it would be

A sweet sunlight 

Pouring on the pictures of the impressionists


I wish that it would be

An evening breeze accompanying 

Those who are on their way home. 


A poem that breathes in 

All the whispers of 

A flower 

and nameless grass. 


I wish 

Passion like spurting flame

Fairness as cold as the sea would

Exist in there. 


My poem,


I wish that it would be

Still alive now at this moment

Quietly,

Merrily. 


I wish that it would be 

The shining stars 

In our minds, 

Making us dream again in our repeated routine. 


시는 늘 우리 마음속에 있지요. 하지만 그것을 글로 옮겨 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더구나 그것이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려 새로운 시심을 일으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시인들은 자신의 시에 대해 늘 모자람을 느끼게 됩니다. 몇 개의 낱말로 인간의, 삶의, 세상의 모든 이치들을 담기는 어렵죠. 나는 ‘진실의 한 조각’(a slice of truth)이란 말을 사용합니다. 문학의 보편성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시, 소설, 수필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전체의 한 조각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한 조각이 누군가의 마음에 강하게 박혀 그것을 변화시킵니다. 원래의 그것이 가리켰던 범위를 훨씬 넘어 마음의 확장을 가능케 하는 것입니다. 


인상파 화가에게는 햇빛이 사물을 변화시키는 필수적인 요소였을 겁니다. 그 햇빛 같은 시가 되길 기원합니다. 외로운 길에 동행하고 싶어 합니다. 세상의 모든 속삭임을 담고자 합니다. 열정과 공정함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몇 줄기 시구가 영원히 지금처럼 조용히, 즐겁게 남아있기를! 그래서 새로이 꿈꾸는 모든 사람을 비추는 빛나는 별이 되기를! 시인의 이 소박한 바람이 시 속에 드러납니다. 아름답고, 솔직한 시인의 바람입니다. 오랜만에 듣는 시인의 속삭임이 귓전을 떠나지 않습니다. 


* 위의 영문은 브런치 작가이신 조현수 시인의 2021년 9월 1일 자 ‘나의 시’를 영어로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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