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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24. 2021

나는 다 잊지 못했어요

은하수 : 모색

모색(暮色)

         은하수


눈발 느려

세상 잠시 멈춘 듯 한


고요의 바다

나 잠시 머물러요


바다는

희고 하얀

백색 눈을 닿기도 전

남김없이 다 녹이고 말아요


내 눈물 닮은 사랑

부끄러워

그대에게 들키기 전

숨긴 것처럼요


눈도 비도

절대 쌓이지 않을

찰나의 시간

불면의 밤들 오면은


나 조용히

그대 품에 안길게요


돌아선 건

肉體 아닐 테니

다 헛된 꿈에


소망하는 별처럼

낮 되면 안 보이게요


후회하지 않고 살아갈게요

추억만이 내 所有物


나의 밤 깊고 슬퍼

그대 닮았어요


그날 바다

수평선 맞닿은

낮은 하늘

마주 할 땐


어둔데도

눈꽃 겹겹

내 이마에 쌓여요


작은 눈송이가

내게 나직이 속삭입니다

당신 그립지 않냐고


나는

아무도 들리지 않게 답해요

그래요 다 잊지 못했어요


생각 없는 눈물

벌겋게 튼 내 양볼 타고 흘러내려요


하루가 이내

저물어 갑니다


나만의 해

떠올라 찬란함에도



Twilight

        Eunhasoo


As the world stops a moment

In slowly-falling snow,


At the calm sea

I stay for a while.


Hardly

Had the pure white snowflakes

Touched the sea

Before they were melted away,   


Just as my tear-like love

Shyly,

Hid itself

Before you noticed it.


When sleepless nights come

In a moment’s time

Snow or rain

Can never heap. 


I will calmly put myself

Into your breast.


As what turns about

Is not my body,

In an empty dream


I hope it is yet to be seen during the day

Like the stars I desire.


I will live on without regrets

As if memories were my only possession.  


My night, deep and sad,

Looks like you.


At the sea that day

When I faced

The low sky

Touching on the horizon


Layers of snow flowers

Piled up on my forehead

In the shades of evening.


A little snowflake

Whispered to me in a low voice

“Do you miss him?”


In a silence

I told him,

“Yes. I don’t forget all about him.”


Thoughtless tears

Flow down on my reddish chapped cheeks.


A day grows dark

So fast,


Even when my own sun

Is rising brightly.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 그와의 많은 추억들. 우리는 어쩌면 어설프지만 아름답고 순수했던 과거의 기억들 속에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날들, 내 곁에 없는 사람들, 더 이상 보이지 않는 풍경들, 젊음, 애증, 아픔, 절정의 환희들... 하지만 황량하고 척박한 현실 앞에서 그 아련한 기억들은 가끔 충족되지 못할 위로를 주기도 합니다. 아픈 배 쓸어주던 어머니의 손길, 추운 날 가만히 내 손 넣어주던 그의 코트 주머니에서 느꼈던 따뜻함, 설레는 마음으로 카세트에 녹음해준 노래들로 지새던 밤들. 이제 노트북 위 흰 스크린에 무언가를 적으며 하얗게 밝히는 그 무수한 밤들이 왜 이리 외롭고 쓸쓸한지요. 저녁의 어둑한 빛이 다가오면 나는 벌써 까맣게 채색된 하늘의 빛나는 별들을 소망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내 속의 태양을 다시 타오르게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은 모색(暮色)의 허망함만 가득합니다.


* 위의 영문은 브런치 작가이신 은하수님의 12월 22일 자 시'모색'을 영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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