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고 비우는 행복
안소연 : 밥그릇에 가득 담는
밥그릇에 가득 담는
안소연
밥그릇에 줄 수 있는
한가득 밥을 담아서 주니
너는 빈 그릇에 보이지 않는
행복을 담아 주었다
별다른 말 하지 않아도
나는 그 비워짐이면 되었다
밥그릇에 매일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담아주고 비워주며
행복을 주고받는 우리
Filling a Rice Bowl
Ahn, So-yeon
In your bowl
I fill as much boiled rice as possible.
In return you give me the empty bowl
Full of happiness invisible.
We don’t have to talk any more.
That emptiness is quite enough for me.
Everyday
We fill and empty a bowl,
Giving and taking happiness
Unseen and unheard.
너무도 정겹고 아름다운 시의 풍경입니다. 기억하세요? 밥그릇에 고봉(高捧)을 만들어 수북하게 흰쌀밥을 담으시던 어머니의 모습 말입니다. 어머니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숟가락을 뜨는 자식 곁에 앉아 조용히 미소를 머금고 계셨죠. ‘너 먹는 것만 보아도 좋다.’ 그것이 어머니의 마음이셨고요. 맛있게 뚝딱 비워낸 밥그릇에 숭늉을 담아주시며 어머니는 더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셨어요. 말없이 이어진 모정이었고, 사랑이었고, 행복이었습니다. 굳이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그렇게 우린 밥그릇에 행복을 담고 비웠죠. 누군가의 밥그릇을 채워주고 말없이 사랑과 행복을 나누는 그런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위의 영문은 브런치 작가이신 안소연 시인의 12월 25일 자 시 ‘밥그릇에 가득 담는’을 영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