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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Oct 11. 2022

나 혼자뿐임을 깨닫는 밤

노아 : 혈압계

혈압계

         노아


혈압이 높다

맥박이 빠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누워있기가 힘들다

벌떡 일어나 숨을 가눈다


왜 이렇게 살았는지

다시 돌릴 수 없는지

잊자고

잊어버리자고

무거운 눈꺼풀을 닫는다


바깥은 어둡고

바람은 거세다

세상은 온통 무채색일 뿐

조용하다

치밀어 오르는


나 자신을 향한 분노


혈압이 높다

맥박이 빠르다

저만치 놓인 혈압계가

나를 본다

애처롭게 나를 향해

그 긴 촉수를 뻗는다  


A Sphygmomanometer

                               Noh Ah


Blood pressure is high,

Pulses are frenetic.

Out of breath,

It’s hard to lie still.

Jumping out of bed,

I hold my breath.


Why have I lived so?

Can't I  get on the right track again?

To forget,

Forget everything,

I close my heavy eyelids.


It is dark outside.

The wind blows harshly.

The entire world is only colorless.

So quiet all around.

Welling up,


Anger drives towards me.  


Blood pressure is high.

Pulses go wild.

A  sphygmomanometer over there

Looks at me.

It stretches its long tentacle

Toward me sadly.


가끔씩 뭔지 모를 감정이 치밀어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후회인지, 분노인지, 모든 것이 끝났다는 좌절감인지. 한참 숨을 고르다가 다시 자리에 눕습니다. 머리에 피가 넘치고 숨을 쉬기 쉽지 않은 그 잦은 밤들이 나의 삶일 뿐이었나? 생각을 멈춰야 했습니다. 잊어야 했습니다. 그 끝없는 미련을 떨쳐야 했습니다. 책장 모퉁이에 세워놓은 혈압계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잠 못 드는 밤 나 혼자뿐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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