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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Oct 15. 2022

그네 타던 날

이은희 : 그네

그네

      이은희


나를 날려줘

세상을 떠나 온전히

홀로 떠있을 수 있도록

저만치 다가오는

깜은 먹구름 유난히도 낮아서

곧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아


지저귀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들려와

그 사이 깜은 치맛자락 저기 산자락에 닿아서

곧 내 발 끝에 밟힐 것만 같아


나를 날려줘

시름도 시련도 이별도 아픔도

다 벗어버릴 수 있도록

멀리 더 멀리

세상에 발이 닿지 않도록

다시 올 수 없더라도

나 이젠 괜찮을 것만 같아


한 자락 푸른 바람이

내 머릿결 쓰다듬을 무렵

너에게도 가 닿을 거야

나의 머리카락 한 카락 네게로


나를 날려줘

곧 가닿을 십자가 뾰족 지붕

그 위로 한 줄기 빛이 되어

영원히 허공으로 흩어지고 싶은

그런 날에는...


A Swing

       Lee, Eun-hee


Fly me

To keep afloat alone,

Completely out of the world.

Coming from afar,

The dark black cloud

Lies low enough to be caught soon.


While an unknown bird

Is heard to chirp,

A black skirt is likely to touch a mountain foot

And be trod soon over there.


Fly me

To forget

All the worries, troubles, partings and agonies,

And to stay far and far

Away from this world.

It doesn’t matter to me

If I can never come back again.


By the time a gust of the blue wind

Touches my hair,

It will also come to you,

A strand of my hair, to you.


Fly me

To the Cross-like peaked roof not too far.

On a day when I wish to be a ray of light over it

And to be scattered in the air forever...


이은희 시인의 시 ‘그네’는 무척 회화적이고 명징합니다. 그네에 매달려 보고 느끼게 된 구름과 산자락, 새소리와 바람 그리고 교회의 첨탑까지 손에 잡힐 듯 생생합니다. 그네를 타고 하늘을 향하는 그 순간 세상의 모든 슬픔과 괴로움은 한 올 머리카락이 되어 날립니다. 천국의 희열이 가득한 그곳에서 한 줄기 빛으로 흩어지는 그런 날의 기억... 동심(童心)과 깊은 사유(思惟)가 함께 어우러져 그네처럼 마음이 흔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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