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하 : 고사목
고사목(枯死木)
이산하
바로 저기가 정상인데
그만 주저앉고 싶을 때
거기 고사목 지대가 있다
무성했던 가지와 잎 떠나보내고
몸마저 빠져나가 버린
오직 혼으로만 서 있는
한라산의 고사목들
천둥 같은 그리움인 듯
폭설 같은 슬픔인 듯
죽어서도 썩지 앉는다
A Dead Tree
Lee, San-ha
Just before the summit
We’re often inclined to lie down.
Then, we find a zone for dead trees.
Those dead trees,
With their bodies dried and withered,
Stand alone
In Halla Mountain.
They never get rotten in death
Like thunder-like longing,
Like sorrow in a snowstorm.
온몸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 결코 죽어서도 썩지 말아야 한다. 남녘의 가장 높은 산 한라산의 고사목들처럼. 아름드리 거목은 절대 죽어서도 쓰러지지 않는다. 말라비틀어진 뿌리를 여전히 땅 속에 박고 그렇게 홀로 서있다. 나약한 우리가 무너져 내릴 그 순간 그들은 외친다.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라고. 쓰러지지 말라고. 가슴속 깊은 곳 버티고 선 그리움처럼, 사라지지 않는 슬픔처럼, 그렇게 굳게 서있으라고. 흔들리는 우리 모두의 마음에 고사목의 숲 지대를 담고 있으라고.
고사목 : 말라죽어버린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