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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18. 2022

죽어서도 썩지 않는 나무

이산하 : 고사목 

고사목(枯死木)

             이산하


바로 저기가 정상인데

그만 주저앉고 싶을 때

거기 고사목 지대가 있다


무성했던 가지와 잎 떠나보내고

몸마저 빠져나가 버린

오직 혼으로만 서 있는

한라산의 고사목들


천둥 같은 그리움인 듯

폭설 같은 슬픔인 듯

죽어서도 썩지 앉는다


A Dead Tree 

             Lee, San-ha 

Just before the summit

We’re often inclined to lie down.

Then, we find a zone for dead trees. 


Those dead trees,

With their bodies dried and withered, 

Stand alone 

In Halla Mountain.


They never get rotten in death

Like thunder-like longing,

Like sorrow in a snowstorm.  


온몸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 결코 죽어서도 썩지 말아야 한다. 남녘의 가장 높은 산 한라산의 고사목들처럼. 아름드리 거목은 절대 죽어서도 쓰러지지 않는다. 말라비틀어진 뿌리를 여전히 땅 속에 박고 그렇게 홀로 서있다. 나약한 우리가 무너져 내릴 그 순간 그들은 외친다.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라고. 쓰러지지 말라고. 가슴속 깊은 곳 버티고 선 그리움처럼, 사라지지 않는 슬픔처럼, 그렇게 굳게 서있으라고. 흔들리는 우리 모두의 마음에 고사목의 숲 지대를 담고 있으라고. 


고사목 : 말라죽어버린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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