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Jan 20. 2022

새와 함께 하는 방법

박준 : 광장

광장

     박준


빛 하나 들여보내는 창(窓)이면 좋았다 우리는, 같이 살아야 같이 죽을 수도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시절에 만났다 네가 피우다 만 담배는 달고 방에 불 들어오기 시작하면 긴 다리를 베고 누워 국 멸치처럼 끓다가 ‘사람이 새와 함께 하는 법은 새장에 새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풀과 나무를 키우는 일이었다’ 정도의 글귀를 생각해 너의 무릎에 밀어넣어두고 잠드는 날도 많았다 이불은 개지도 않고 미안한 표정으로 마주앉아 지난 꿈 얘기를 하던 어느 아침에는 옥상에 널어놓은 흰 빨래들이 밤새 별빛을 먹어 노랗게 말랐다


A window with the light streaming in was enough. We met at a time when we knew well the simple fact that living together is needed for dying together. Your lighted butts smelled good, and when the room was heated, I lay down on your long leg, and boiled like an anchovy soup. Many a day I made a phrase like; ‘The way for a man to live with a bird is not to keep her in a cage but to grow grasses and trees in the yard,’ slipped it under your knees and fell into sleep. One morning when we sat down face to face, a little bit shy, without making a bed, and talked about the previous night’s dream, the white wash in the rooftop dried yellow in the starlight.


젊은 시인 박준은 사랑하는 이와의 소박한 일상을 가슴 저미게 그려낸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던 밤, 작은 창문 달린 방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고 있다. 그리고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를 함께 죽기 위해서로 정할만큼 뜨거웠던 사랑의 열정을 기억한다. 피우던 담배 냄새쯤이야 오히려 그 사람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편안함이었고, 아랫목에 온기가 스치면 그 사람의 발을 베고 누웠다. 시인은 떠오르는 시구 하나를 휘갈겨 그녀의 무릎 아래 끼어놓고 잠이 든다. ‘새와 함께 하는 방법은 새장에 가두는 것이 아니고 마당에 풀과 나무를 심는 일.’ 사람이 함께 하는 것도 그와 같음을 그 젊음이 깨닫는 것은 아마도 사랑 때문일 것이다. 어색한 표정으로 마주 앉은 아침, 그들이 꿈꾸었던 밤은 영원이었다. 흰 빨래 마르는 동안 그들의 영혼은 그렇게 순백(純白)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죽어서도 썩지 않는 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