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한 생각
김용택
어느 날이었다.
산 아래
물가에 앉아 생각하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있겠지만,
산같이 온순하고
물같이 선하고
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
사랑의 아픔들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바람의 괴로움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나는 이런
생각을 오래 하였다.
My Long Thought
Kim, Yong-taek
One day I thought long,
Sitting by waterside
At the bottom of the mountain:
So many things happened,
And will happen,
But I wish to write a poem
Mild as a mountain,
Good as water
Easy as the wind.
Now that I am here
After so much pain of love,
How can’t I know the suffering of the wind?
I thought long
Of this.
가끔 홀로 생각한다. 산 아래 물가라면 좋겠지만 어디든 주변 고즈넉한 곳에서는 오랜동안 무언가를 생각한다. 습관적이고 헛된 사색의 끝은 좀처럼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남기지 못한다. 막연히 떠올린 지난 일들, 그리고 길지 않을 내 남은 생에 벌어질 미지의 일들, 그 긴 생각은 무한 같은 시간만 보낸 후 끝내 허무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서게 할 뿐이다. 나의 긴 사색의 미로 속에서 어렵게 하나 찾은 길, 산처럼 온순하고, 물처럼 선하고, 바람처럼 쉬운, 그래서 자유로운, 그런 시 같은 삶의 한 조각을 남기고 싶은 마음. 그렇게 홀로 길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