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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20. 2022

시 같은 삶

김용택 : 오래한 생각

오래 한 생각

          김용택


어느 날이었다.

산 아래

물가에 앉아 생각하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있겠지만,

산같이 온순하고

물같이 선하고

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

사랑의 아픔들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바람의 괴로움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나는 이런

생각을 오래 하였다.


My Long Thought

            Kim, Yong-taek


One day I thought long,

Sitting by waterside

At the bottom of the mountain:

So many things happened,

And will happen,

But I wish to write a poem

Mild as a mountain,

Good as water

Easy as the wind.

Now that I am here

After so much pain of love,

How can’t I know the suffering of the wind?


I thought long

Of this.   


가끔 홀로 생각한다. 산 아래 물가라면 좋겠지만 어디든 주변 고즈넉한 곳에서는 오랜동안 무언가를 생각한다. 습관적이고 헛된 사색의 끝은 좀처럼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남기지 못한다. 막연히 떠올린 지난 일들, 그리고 길지 않을 내 남은 생에 벌어질 미지의 일들, 그 긴 생각은 무한 같은 시간만 보낸 후 끝내 허무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서게 할 뿐이다. 나의 긴 사색의 미로 속에서 어렵게 하나 찾은 길, 산처럼 온순하고, 물처럼 선하고, 바람처럼 쉬운, 그래서 자유로운, 그런 시 같은 삶의 한 조각을 남기고 싶은 마음. 그렇게 홀로 길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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