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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24. 2020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36)

파블로 네루다: "당신이 날 잊는다면"

If You Forget Me

                 by Pablo Neruda    


I want you to know

 one thing.     


 You know how this is:

 if I look

 at the crystal moon, at the red branch

 of the slow autumn at my window,

 if I touch

 near the fire

 the impalpable ash

 or the wrinkled body of the log,

 everything carries me to you,

 as if everything that exists,

 aromas, light, metals,

 were little boats

 that sail

 toward those isles of yours that wait for me.     


 Well, now,

 if little by little you stop loving me

 I shall stop loving you little by little.     


 If suddenly

 you forget me

 do not look for me,

 for I shall already have forgotten you.         


한 가지만 알아주세요.    


당신은 알고 있지요.

제가,

수정같이 빛나는 달,

내 창가에 서서히 다가오는

가을의 붉은 가지를 바라보아도,

제가,

불가에 앉아

고운 잿가루,

통나무의 주름진 몸을 만진다 해도,

그 모든 것이 저를 당신께 데려다주는 것을.

마치 존재하는 모든 것,

향기와 빛과 금속들이

작은 배들이라도 된 듯

날 기다리는 당신의 섬들을 향해

항해하는 것을.      


이제,

조금씩, 조금씩 당신이 절 사랑하지 않으신다면

저도 조금씩 당신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밖에요.    


갑자기

절 잊으신다 해도

절 찾지 마세요.

저도 당신을 잊었을 테니까.

(파블로 네루다, “당신이 절 잊는다면” 중에서)    


  사랑은 나을 수 없는 ‘병’ 같은 것이죠. 사랑하는 중에도, 사랑이 끝나도 아픈 건 여전하니까요. 노벨상을 수상한 칠레의 민중시인 네루다는 조금씩 멀어지는 사랑을 향해 아픈 속마음을 토로합니다. 무엇을 하든, 무엇을 보든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이 향하는 곳은 언제나 그곳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 그곳이 마음의 종착지입니다. 밤을 밝히는 달, 스산한 가을 창가에서 바라본 붉은 나뭇가지가 안내한 곳은 결국 ‘당신’이니까요. 부드러운 재의 촉감, 통나무의 거친 살결조차 ‘당신’의 손길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서둘러 아름다웠던 사랑의 바다로 항해를 합니다.

  어느 날, 사랑하는 사람의 눈길이 멀어지고, 그 숨결, 그 손길이 서서히 사라지는 순간,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사랑을 거둘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의 시작은 나로부터 이고, 사랑의 끝은 당신으로부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랑의 슬픔은 언제나 역설이죠.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신다면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는 표현은 시적 아이러니에서나 가능한 것일지 모릅니다. 시인 네루다는 잊겠다고 합니다. 자신을 찾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는 깨닫습니다. 사랑을 시작하기 전과 사랑을 잃은 지금 내가 얼마나 달라져 있는 가를 말입니다. 시인의 표현은 사랑에 빠진 모든 이들의 두려움일 뿐입니다. 그것은 그저 가정일 뿐이죠. 그래서 시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당신이 여전히 날 사랑한다면, “내 안의 불꽃이 다시 타올라, 결코 꺼지거나 잊히지 않고, 내 사랑은 당신 사랑을 먹고 살아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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