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 님의 노래
님의 노래
김소월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門) 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래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孤寂)한 잠자리에 홀로 누어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 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말아요.
Your Song
Kim, so-wol
My heart, pining for you, is always drenched
By your song.
Listening at the door all day long
To your sweet song,
I find it still heard to my ears after the sunset.
And the sleep at night.
The softly waving melody
Makes me fall fast asleep.
Lying alone in a lonely bed
I sleep so soundly.
But, when I wake up,
Your song is found nowhere.
Every time I listen to your song,
I finally forget all about it.
시인이 들었던 사랑하는 이의 노래는 꿈속에서 들었던 모양입니다. 저녁 무렵 석양에 물든 하늘과 한 밤의 어두움 속에서도 붙들고 놓지 않던 그의 음성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움에 젖듯 그 부드러운 가락에 젖어 외로이 잠들어도 행복합니다. 그렇게 꿈인지 생시인지 헤매다 눈을 뜨면 그 노래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고, 그 소리는 연기처럼 사라질 뿐입니다. 또다시 가슴이 무너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