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 초 한 대
초 한대
윤동주
초 한대 -
내 방에 품긴 향내를 맡는다.
광명의 제단이 무너지기 전
나는 깨끗한 제물을 보았다.
염소의 갈비뼈 같은 그의 몸
그의 생명인 심지
백옥 같은 눈물과 피를 흘려
불살려 버린다.
그리고 책상머리에 아롱거리며
선녀처럼 촛불은 춤을 춘다.
매를 본 꿩이 도망하듯이
암흑이 창구멍으로 도망한
나의 방에 품긴
제물의 위대한 향내를 맛보노라.
A Candle
by Yoon, Dong-joo
A candle -
I smell the fragrance spread in my room.
Before the altar of the bright light collapsed,
I saw the clear offering:
His body like the ribs of a goat,
And his wick, his life.
Shedding tears and blood like white jade
It burns itself.
And shimmering on the desk
It dances like angels.
Like a pheasant chased by a hawk
Darkness runs away through the window.
And I smell the great fragrance of the offering
That permeates my room.
촛불은 제 몸을 태워 주변을 밝힙니다. 마치 어둠을 몰아내는 제단 위의 제물처럼 하얀 촛농의 눈물과 피를 흘리며 온 몸을 불사릅니다. 그 불꽃은 아름다운 무희들처럼 비틀어 춤을 추고, 어둠은 매에 쫓긴 꿩처럼 달아납니다. 사그라진 촛불의 잔향이 방 안에 가득합니다. 그런 촛불처럼 살고 싶습니다. 사람을 위해 빛을 밝히고, 기꺼이 자신을 제물로 바쳐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촛불의 삶을 닮고 싶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태우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고귀한 일인지를 새삼 깨닫습니다. 그 잔향(殘香)마저 위대함을 알게 하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