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반 :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예반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슬프도록 날씨가 좋은 날이면
생각나는 얼굴이 되고 싶다
늦은 비가 땅을 파고 있는 새벽에도
선뜻 다이얼을 돌릴 수 있는
전화번호의 주인이 되고 싶다
교양이 있는 사람이거나
특별히 무얼 잘하는 사람이라고
나를 아는 이들에게
기억되기보다는
무던하고 포근한 솜이불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덮어주고
가경동에서 시청까지
아무 말 없이 걸어도
심심하거나 부담스럽게 생각되지 않는
포근한 색상을 가진 아이라고
이름 지워 불리고 싶다
그런 색을 가지고도
가진 것을 모르는 아름다움 또한
지닌 자로 남고 싶다
To Be Something to Someone
Javan
Being something to someone,
I want to be a face to be remembered
On a sadly fine day.
I want to be a phone number
That is dialed without hesitation
Even at dawn when late rain digs into the ground.
Rather than being remembered
By anyone who knows me
As a man of culture
Or as a man of special faculty,
I want to be remembered as a common person
Who is like a modest, soft cotton comfort.
I want to be called
A child of mild color
Who keeps others warm in winter.
One who doesn’t make them bored and burdensome
While walking together in silence
From Gagyong-dong to the City Hall.
I want to remain as one
Who is so beautiful
That he doesn’t need to boast of his own color.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일 겁니다. 누군가 슬플 때 떠올라 위로가 된다면, 외로울 때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일까요. 나로 인해 누군가가 힘을 얻고,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최고의 기쁨일 것입니다. 더운 여름 서늘한 그늘이 되고 추운 겨울 언 몸을 녹이는 구들장 같은 존재라면 모든 것을 이룬 것은 아닐 지요. 그런데 사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이미 그런 의미랍니다. 주변을 돌아보세요. 우리에게서 그것을 바라는 사람들의 눈빛을 보세요. 우리는 그런 존재입니다. 당신은 몰라도 누군가는 알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