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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12. 2022

그렇게 살면 되었습니다

박목월 : 산이 날 에워싸고 

산이 날 에워싸고

              박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고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고 살아라 한다.

어느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구름처럼 살아라 한다.

바람처럼 살아라 한다.


The Mountain Surrounding me

                       Park, Mok-wol 


The mountain, surrounding me,

Tells me to live by sowing seeds,

And ploughing a field.

It tells me to live 

Like wild roses,

Like a mugwort field

By breeding sons and daughters

In a little house at a mountain foot,

And planting pumpkins in and outside of a mud wall.


The mountain, surrounding me, 

Tells me to live my waning life

Like a cloud

And like the wind.  


산기슭에 작은 집 한 채 짓고, 봄이면 씨 뿌리고 쟁기로 밭을 갈며 그렇게 살면 되었습니다. 아들 딸 낳고 흙담 위로 자라난 호박 속을 긁어서 텃밭에 기른 채소와 함께 상에 올리면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꺼져가는 우리네 삶을 무엇하러 그리 애달피 붙들고 있었을까요. 하늘에 흐르는 구름은 알까요, 스쳐가는 바람은 알까요. 안쓰러운 내 모습을 저 산은 그저 안타까이 바라보고 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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