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 산이 날 에워싸고
산이 날 에워싸고
박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고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고 살아라 한다.
어느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구름처럼 살아라 한다.
바람처럼 살아라 한다.
The Mountain Surrounding me
Park, Mok-wol
The mountain, surrounding me,
Tells me to live by sowing seeds,
And ploughing a field.
It tells me to live
Like wild roses,
Like a mugwort field
By breeding sons and daughters
In a little house at a mountain foot,
And planting pumpkins in and outside of a mud wall.
The mountain, surrounding me,
Tells me to live my waning life
Like a cloud
And like the wind.
산기슭에 작은 집 한 채 짓고, 봄이면 씨 뿌리고 쟁기로 밭을 갈며 그렇게 살면 되었습니다. 아들 딸 낳고 흙담 위로 자라난 호박 속을 긁어서 텃밭에 기른 채소와 함께 상에 올리면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꺼져가는 우리네 삶을 무엇하러 그리 애달피 붙들고 있었을까요. 하늘에 흐르는 구름은 알까요, 스쳐가는 바람은 알까요. 안쓰러운 내 모습을 저 산은 그저 안타까이 바라보고 있는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