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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24. 2022

누구나 맡을 수 있는 시의 향기

구상 : 시

       구상                                                           


우리가 평소 이야기를 나눌 때

상대방이 아무리 말을 치장해도

그 말에 진실이 담겨 있지 않으면

그 말이 가슴에 와닿지 않느니


하물며 시의 표상(表象)이 아무리 현란한들

그 실재(實在)가 없고서야 어찌 감동을 주랴?


흔히 말과 생각을 다른 것으로 아나

실상 생각과 느낌은 말로써 하느니

그래서 "언어는 존재의 집"이렷다.


그리고 이웃집에 핀 장미의 아름다움도

누구나 그 주인보다 더 맛볼 수 있듯이

또한 길섶에 자란 잡초의 짓밟힘에도

가여워 눈물짓는 사람이 따로 있듯이


시는 우주적 감각*과 그 연민(憐憫)에서

태어나고 빚어지고 써지는 것이니

시를 소유나 이해(利害)의 굴레 안에서

찾거나 얻거나 쓰려고 들지 말라!


오오, 말씀의 신령함이여!


A Poem

       Ku, Sang


When we usually talk with others,

Their talks, no matter how gorgeous,

Never come to our hearts

If there is no truth in them.


How can a poem without any substance

Move us however florid its symbols?


They say words and thoughts are different,

But, as we think and feel with words,

“Language is the house of existence.”


As anyone can enjoy the beauty of the roses

More than their owner in a neighboring house,

Someone may shed tears

At the sight of the trodden roadside weeds,


And poems are molded and made

In the sensation of the universe and its compassions,

Don’t try to find, get or write poems

In the sense of possession or interests.  


Oh, how sacred Words are!


언어가 없이 생각할 수 있을까요? 언어학자들은 그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가장 원초적인 감정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죠. 조금만 생각이 길어지면 언어 없이는 그것을 조립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언어는 우리의 생각을 규정하고 생각은 행위를 지배하게 됩니다. 시는 언어적 행위의 산물입니다. 그리고 그 언어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현란한 문체와 상징들로는 잠시 눈길을 끌 수 있을지는 몰라도 독자의 마음에 닿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시는 남의 장미에서 누구나 아름다운 향을 느낄 수 있듯이 우주적인 감각, 즉 보편성을 띠어야 하는 것이죠. 시인 홀로 감동하고 홀로 눈물 흘리는 것은 아닌 겁니다. 그저 진실하게 던져놓은 것에 누군가가 눈물 흘리는 것이 시인 것이죠. 그러니 말을 가지고 애써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려 하지 마세요. 진실한 시의 의미를 찾아내어 마음을 기울일 사람은 따로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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