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 : 벽에 걸린 연못
벽에 걸린 연못
장석남
어느 저녁
연못을 떠다가 벽에 걸었다
거기 놀던 새들은 노는 채로
흔들리는 풀은 흔들리는 채로
풀 흔들고 간 바람은 흔들고 간 바람인 채로
벽에 걸렸다
풀이 눕고 그 위에
바람과 같이 우리가 눕던 자리는
저만큼이다
거기 머물던 적막은 그러나
이제 보니 다 적막은 아니다
못 보았던 샛길이 하나 막 어디론가 가고 있다
다시 얼기 시작하는 窓이다
A Pond on the Wall
Chang, Seok-nam
A certain evening,
I scooped up a pond and hung it on the wall,
Letting the birds play there,
The grasses waver as they did,
And the wind shaking them pass.
Thus, it was put up on the wall.
The grasses lie down
And on them we, with the wind, lay ourselves down
Over there.
All the silence, staying there,
Seems to be silence no longer.
A byway, never seen before, now leads somewhere.
The window is beginning to be frozen again.
추억 속에 남아있던 잔상들은 어느 순간 마음속 풍경이 됩니다. 꿈결인 듯 가슴을 스친 연못과 새와 풀과 바람이 어느새 내 작은 방 벽에 걸립니다. 철없이 뛰놀던 그 풀밭 위에 누워 새파란 하늘가 누나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그리운 고향, 그리운 친구들... 다시 새소리 들리고 바람 지나는 소리가 귓전을 울립니다. 그리고 저기, 바로 그곳에 기억조차 나지 않는 작은 길이 나있군요. 기웃거리며 지나는 어린 나의 창문에 아침 찬바람, 찬 서리가 내려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