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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무하 Jul 01. 2024

표절 욕망

해 아래 새것은 없나니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읽은 책의 문장이나 글귀가 나올 때가 있다.

깜짝 놀라 바로 문장을 지우지만,

그냥 써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마지막 딱 한 문장만 '하루키'의 문장처럼 마무리하고 싶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시작하는

'칼의 노래'처럼 시니컬하게 시작하고 싶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먼드 카버처럼

있어 보이는 제목을 달고 싶다.


'프랑수아즈 사강'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들을 모아놓은

'인생은 너무 느리고 희망은 너무 난폭해'라는 책을

멋진 제목만 보고 망설임 없이 샀는데

내용은 그냥 그렇다.


나의 표절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래전 우리나라는 '표절'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다.


8, 90년대 우리가 좋아하던 가요 중 많은 수가 일본 음악들을 '표절'했다는 의심을 버릴 수 없다.


문학계에서도 표절 문제가 여러 번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대표적으로 신경숙 표절 논란,

그 유명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도 표절 시비가 있었다.


물론 논란으로 끝난 사건들도 많지만,

표절은 지금도 모든 분야에서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다.


성경 말씀 - 해 아래 새것은 없나니 -처럼 세상에는 어쩌면 새것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처럼 살고 싶은 때가 있다.

그 사람의 예술 작품을 표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 자체를 표절하고 싶을 때가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처럼

'제인 구달'처럼

'커트 코베인'처럼

.....


멋지게 산 사람은 끝도 없이 많다.


그들의 신념을,

그들의 불굴의 정신을,

그들의 예술성을,

그의 생활 방식까지

표절하고 싶다.


그건 불법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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