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노란색이었는데 바뀌었네!"
라고 말하는 4살 조카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조카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내 핸드폰 케이스가 바뀐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심지어 전 케이스의 색깔도 정확히 맞췄다.
나는 4살짜리 아이의 기억력은 하루 또는 며칠 일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나의 무지로 인한 착각이었다. 우리 조카는 꽤 오래전 일도 기억하고 말한다.
예전에는 어느 날 갑자기
"엄마랑 나랑 갔는데 문이 잠겨 있어서 이모가 열어줬어! 우리 같이 운동했어!"
라고 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지 싶다가, 예전에 가족여행 갔을 때의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숙소에 있던 헬스장이 예약제로 1~2인이 사용하는 곳이라서 나 혼자 운동하고 있었는데, 언니랑 조카가 와서 내가 도어락을 열어주고 같이 운동했는데, 조카가 그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카가 읽는 추피 책들이 있다. 조카는 아직 한글을 읽을 줄 모르는데, 내가 책을 이것저것 들어 보이면 마치 한글을 읽는 아이처럼 문장으로 된 책 제목을 정확히 맞춘다.
게다가 책 내용도 다 기억하고 있다. 책을 넘기면서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책 내용을 말하는데, 사실 조카는 글씨가 아닌 그림을 보고 말한다. 그런데 너무 신기하게도 조카가 말하는 내용이 그 책의 내용과 일치한다. 예를 들면 "이불이 춤을 추고 있어요. 돌멩이를 올려놓아야지!" 이런 내용이 있는데, 조카가 그 내용을 똑같이 말하는 것이다.
책을 읽어주면 그 내용을 다 기억하고 있나 보다.
얼마 전에 채니가 우리 언니한테
"이모 삔 찔렀더라? 예쁘더라?" 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내가 무슨 삔을 찔렀지 생각하다가, 무슨 삔인지 기억나서 이걸로 언니랑 엄청 웃었다.
내가 화장할 때 머리 고정시키려고 집게삔을 앞머리에 꽂아놨었는데 채니가 그걸 본 것이다.
우리 조카는 이제 5살이 되었다.
5살이 된 조카가 보여줄 4살 때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발언과 행동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