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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Oct 26. 2020

너의 행동이 들리기 시작했어

중고의 값어치

둘째를 낳고 키우는 동안, 우리 엄마에게는 큰 변화가 생겼다.

바로 중고 물건을 팔고 사는 어플에 물건을 올리는 일이다. 아빠로 인해 알게 된 어플로 엄마는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 , 안 쓰던 물건들, 그리고 향후 쓸 계획이 없는 물건들을 드림으로 주거나 사고팔면서 엄마는 하루하루 재미를 느꼈다. 이런 시간들이 거의 1년을 넘어서는 것 같다.

우리 집에 와서 아기를 봐주는 동안에도 우리 집에 뭔가 팔 것이 있냐며 나에게 물어보셨고 나는 앞으로 쓰지 않을 아기 용품들과, 내 옷, 그리고 주방 용품들을 엄마에게 판매를 하시라고 건네 드렸다.

이럴 때면 엄마의 눈이 반짝이며,

"이건 얼마에 팔까?"

"이건 얼마에 팔아야지 잘 나갈까?" 재미없는 삶에 한줄기 빛이라도 되듯이 엄마는 중고마켓 어플에 알람 소리에 즐거워하시며 하루하루를 보내셨다.


문득 ,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중고 어플에 물건들의 값을 올리는 것처럼 , 사람의 인생에도 값어치라는 게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중고 어플에도 들어가 보면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새 옷이나 , 더 이상 주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장난감들

생활용품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는 고가의 물건도 있었으며 , 값을 주지 않고 공짜로도 주는 덤도 있었다.

나 또한 이런 중고마켓 어플을 좋아하는데 , 요즘에는 잘 이용하지 않는다.

한 때는 나도 판매자로 몇 가지들의 물건들을 판매한 적이 있었는데, 그 물건들을 판매하려고 하면 왠지 아깝고

다시 쓸 것만 같은데 지금 팔지 않으면 나도 어차피 쓰지 않기 때문에 짐이라고 생각해 그 물건들을 팔았다.

그리고 그 물건들은 더 이상 내 기억 속에 우리 집 옷장 속에, 우리 집 안에 남아있지 않았다.

한마디로 잊혔다.


사람이 물건을 살 때, 이건 몇 년을 써야지 이건 한 달만 써야지. 쓰다가 바로 팔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일은 적지만 정가이던 물건이 중고가 되어 중고의 값어치로 판매가 될 때면 중고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질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물건들은 주인을 어떻게 기억을 하고 있을까?

아마 더 이상 옆에 있을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에 슬픈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


아이들의 장난감을 사줄 때면 , 이걸 나중에 다시 팔아야지 라는 생각보다 이건 조금 더 오래 썼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사줄 때도 그 사람이 행복하고 기뻐해 주었으면 좋겠다 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사준 장난감들은 어느 시간이 지나고 나면 더 이상 필요가 없는 중고가 되어버렸고, 아이들은 그 장난감들을 더 이상 찾지 않았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이렇다. 처음에는 반듯한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내가 가지고 싶어서 산 물건들처럼

나 또한 내 주변인들이나, 나의 가족들에도 내가 중고 물건처럼 값어치가 떨어지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중고라고 할지라도 기억에 남는. 잊히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그들에게 기억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잊히는 사람이 되는 건 , 참 슬픈 일이기에 기억 속에 잊혀 가는 인물들이 어느 때는

희미한 뿌연 기억으로만 남아서 마음 한편이 허전하기도 하다.

이미 나는 누군가에게 잊혔다 할지라도, 나는 내 인생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나도 그들에게 작은 기억으로나마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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