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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Nov 04. 2020

그 어린날의 자판기

한잔만으로도 온몸이 따뜻했던

요즘은 육아로 인해 커피를 하루라도 마시지 않는 날이 없는데, 나는 가격이 저렴한 편의점에서 파는 빨대가 붙어있는 커피를 주로 사서 먹는다. 가성비도 좋을뿐더러 고를 수 있는 종류도 다양하고 게다가 행사까지 하게 되면 2개를 사더라도 1개를 더 공짜로 얻을 수 있었다. 신랑과 데이트를 할 때에는 주로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나

동네에 분위기가 좋은, 충주에서도 이름이 있는 개인 카페에 가서 주로 커피를 마셨다.

내가 마시는 커피의 종류들은 다양했다.

어느 날은 캐러멜 마끼아또,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연유 라테.. 등등 종류는 다양했다.

원래 나는 20살 때까지만 해도 커피를 즐겨 먹지는 않았다. 그 흔한 믹스커피도 먹으면 배탈이 나는 타입이라 커피를 멀리 했다.

그러던 중에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 중학교 때로 넘어간다.


내가 중학생이 되던 시절은 2002년 전후, 월드컵 시즌이었다. 모두가 열광하고 행복해하던 시절에 나는 중학생이었다. 그때의 나는 용돈을 받던 시절이라 돈이 정말 없었다.

학교를 통학할 때 버스를 타야 하는 차비를 제외하고는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없어서 목이 마르면 나는 주로 자판기를 이용했었다.

자판기 커피에서 주로 마셨던 것은 , 자판기에서 나오는 따뜻한 우유였다.

지금이라면 자판기에서 마시지 않을 우유지만 학교를 마치고, 독서실을 다녀오는 길에 집 근처에 있는 자판기에서 나오는 우유는 나에게는 정말 꿀맛 같은 존재였다. 따뜻했고 달달한 맛이 공부에 지친 날 위로해주는 듯하였다.

더군다나, 300원을 내고 달고 따뜻한 우유 한잔을 먹을 수 있다는 게 그 나이 때에서는 행복했었고 , 하루에 일과 중 목표가 될 만큼 나는 자판기를 참 좋아했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자판기를 점점 멀리 하게 되었다. 이상하게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지만 나는 자판기 자체를 기피하게 된 것이었다. 대신에 성인이 되어 월급을 받고 생활하니 어른 티를 내는지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주문해서 먹고 나도 그렇게 어른 흉내를 내며 어른으로 성장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자판기에서 커피나 따뜻한 우유 한잔을 먹고 싶어 하면서도 자판기를 봐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요즘에는 자판기에서 돈을 넣고 커피를 뽑아서 먹는 사람들을 보는 일이 적어진 것 같았다. 나도 그에 동조가 되었는지 아이를 낳고 나서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서 먹은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정말 그럴 일은 없어야 되겠지만 , 어느 순간은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적어 보기 힘들어진 공중전화들처럼 커피 자판기 역시 길거리에서 없어지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커피 자판기는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추위와 목마름을 값싼 가격으로 위로해주는 존재였다. 돈을 넣고 윙 하는 소리와 함께 내려오는 커피들이 누군가에게는 추위를 이길 수 있는 담요 같은 존재가 되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색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바쁜 시간 속에서 5분간의 여유를 만들어주는 그런 존재였다.

자판기는 길 한 모퉁이에 우두커니 커서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위로해주고 안아주었다.


한 낱 기계라 할지라도, 찾는 이가 없는 더 이상은 필요가 없는 기계가 되어버린 커피 자판기.

하지만 그 자판기처럼 많은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존재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아직 부족한 인간에 불과하지만 날 찾는 이가 많지 않고 , 지나친다고 해도 모든 이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어렸을 적 먹었던 자판기의 우유처럼 달달하고 따뜻한 누군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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