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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Nov 10. 2020

너의 행동이 들리기 시작했어

가끔은 엄마도 지칠 때가 있다

우리 첫째 아이는 발달 센터에 다닌다. 이 센터에서는 감각통합, 언어, 놀이치료, 인지 치료 등 여러 가지를 수업하고 있는데 인덕이의 경우는 감각통합치료와 놀이치료, 언어치료를 받는다.

사실 치료라고 하기에는 거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하는 수업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아이는 센터에서 수업받는 것을 좋아하고 처음에는 그렇게 낯설어하던 센터에서 뛰어놀며 선생님들의 이방 저 방을 기웃거린다.

본인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나이가 많은 형과 누나들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아이가 누군가를 보며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에 너무나 귀여워서 칭찬을 해주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며 다가가는 아이가 한편으로는 대견스럽기도 하다.


사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자식을 낳으면 친구 같은 엄마가 되어야지 이런 마음을 가졌었다.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들이 귀여웠고 마트에서 카트에 앉아 있는 아기들을 볼 때면 나도 결혼해서 애를 가지고 싶다 이런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결혼을 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우니 혼자라도 입양을 해서 키워야지 라는 마음을 가질 정도로 나는 아이들을 좋아했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구가 강했었다.

하지만 육아를 하다 보니 내 마음대로 흘러가는 것은 없었고, 아침저녁으로 아이에게 위험하니 하지 말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정말 귀여운 존재들인데 첫째와 둘째는 같이 놀면서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며 빨래 건조대를 쓰러트리기도 하고 책장에 있는 책들을 다 꺼내놓기로 했다.

그런 모습에 마음이 지칠 때도 있고, 엄마로서 마음 하나를 추스르지 못해 큰소리를 내는 나 자신을 볼 때면

마음속에서는

"아이들이 뭘 알겠어 아직 애기들인데 "
"혼내는 것도 잘 혼내야지 , 그냥 야단만 치는 건 나중에 인격 형성에 도움이 안 될 거야"

라며 소리를 치지만 ,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는


"엄마가 그만 하라 그랬지?"

"계속 그러면 혼날 거야"라는 말들이었다. 이럴 때면 나 자신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은 인간이었나 싶을 정도로

자괴감과 우울증이 몰려왔다.

화나는 마음조차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내가 어리 석어 보이고,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그리고 있는 힘껏 화를 내고, 밤이 찾아와 자는 아이를 볼 때면 너무 미안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천사들에게 화를 낸 것만 같아, 내일부터는 화를 내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고 또 다짐했다.


그런데 엄마라는 직업이 , 흔히 말하는 육퇴라고 하는 것처럼 엄마는 아침 일찍 일어나 육아를 시작하고 아이가 잘 때 육아를 퇴직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나는 직업이라고 말하고 싶다.

결혼을 하기 전이나 학생 때는 몰랐지만, 어느 장소에 가던지 아이와 같이 가는 장소들은 남의 눈치를 보게 되고

육체적으로 얼마나 힘든 것인지 전혀 몰랐었다.

거기다가 집안일까지 하다 보면 , 내 시간은 없을 정도로 집안일과 육아는 일정이 빠듯하다.

엄마가 예전에 우리들을 키웠던 것을 생각하면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하며, 설거지 같은 것도 사실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그것들은 자동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일일이 켜야 하며, 당사자가 움직여야 기계들은 작동했다.


내가 직접 엄마가 돼보니, 우리 엄마는 그동안 많이 지쳤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힘들고 했어도 내색을 한번 하지 않으셨구나 라는 생각과 왜 집안일을 잘 도와주지 않았을까 라는 후회들이 밀려왔다.

엄마 역시 장애를 가진 동생을 키우니라 지금의 나와 같은 감정들을 많이 느꼈을 것이고, 나는 엄마와 다르지만 평행선의 모습으로 엄마와 나란히 인생을 걷고 있었다.


육아를 하면서 아이로 인해 웃고 우는 일도 많지만, 나 자신도 한낱 인간이기에 지칠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엄마라는 직업에게도 야유회 같은 소풍 같은 휴식이 있었으면 좋겠고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따뜻한 카페 같은 존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같이 이야기를 나눌만한 친구도 있으면 좋겠고 엄마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식에게 모든 것을 내주려는 희생조차도 덜 했으면 좋겠다.

엄마는 엄마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도 되는 게 아니라 , 엄마여서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그렇다는 걸

이 세상에 모든 자식들이 그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엄마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지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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