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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Dec 07. 2020

너의 행동이 들리기 시작했어

아이와 늦은 저녁에 놀기

며칠 전의 일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확진자가 무더기로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어린이집 휴원도 결정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글을 쓰는 시간이 쉽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지도 벌써 10일이나 된다. 나는 집을 좋아하는 집순이지만 코로나는 나를 더욱 강력한 집순이로 만들어주었다.

이렇게 누군가로 인해 집순이가 되어본 적은 없기에 이쯤 되면 코로나에게 살짝 화를 내보고 싶기도 한다.

이제 그만 좀 물러가라고,


아이들이 4살과 18개월이기 때문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일 조차 나에게는 부담이어서 화장실을 가는 일조차 안절부절못하면서 간다. 우리 엄마는 어떻게 애 둘을 키웠던 것일까 라고 생각하며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아이들과 10일 동안 나가지도 못하고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못 가니 쏟아내야 할 에너지를 쏟아내지 못해

집안 여기저기에서 말썽을 피웠다.

그렇게 놀다가 첫째는 소파에서 미끄러지며 떨어져서 눈 밑에 새파란 멍이 들었고 둘째도 오른쪽 이마에 자그마한 혹이 나있었다.


저런 식으로 놀고 다치면 나 같으면 다치는 게 무서워서라도 안 할 텐데, 끊임없이 도전하고 지치지 않는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이들과 있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변동이 생기며 규칙적인 삶은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그래도 평상시 패턴은 유지하고자 아무리 늦어도 9시가 되면 잠을 재우는데 아이들이 자는 걸 확인한 후 나는 안방에서 나와 컴퓨터가 있는 작은방으로 와서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첫째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엄마를 찾는 울음소리가 같은 것이 들리기 시작했다.

안방에는 신랑도 같이 있었기에 알아서 재우겠지 하는 마음으로 글을 다 썼고, 컴퓨터를 끄고 나오며 안방으로 간 순간 안전문에 기대어 있는 첫째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의 시간은 오후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아이는 날 보더니 씩 웃었고, 안아달라는 표현을 한 뒤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평상시 같았으면 자야 한다며 아이를 눕히고 다시 재웠을 텐데 그 날만큼은 첫째 아이와 단둘이 야심한 밤에 시간을 보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를 안아서 데리고 나온 뒤, 늘 좋아하는 타요를 틀어주었다.




타요를 보는 동안 목이 마를 것 같아, 아이가 좋아하는 음료수를 준 후, 달달한 간식도 챙겨주었다.

사실 늦은 밤에는 뭘 먹이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 날에는 아이에게 주고 싶었다. 나도 아이 옆에서 앉아 치즈가 들어간 끼리 과자를 서로 나눠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2살 터울인 동생으로 인해 놀이를 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첫째에게 첫째가 좋아하는 클레이 점토를 주었고 그 점토를 동그랗게 만들기도 하고 만두 모양으로 빚어보기도 하며 첫째인 아들과 나는 늦은 밤 1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놀다 보니, 첫째가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토미카 고속도로 드라이브를 가지고 놀고 싶다며 떼를 쓰려고 해서 안된다고 하면서 말렸지만 만약 그 시간이 둘째가 먼저 어린이집에 간 첫째가 센터를 가기전 아침이라면 첫째와 단 둘이서만 있는 시간이라면 아마 놀라고 해줬을 것이다.

놀고 싶어 하는 것을 못 놀게 해 줘서 살짝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아이는 크게 떼쓰지 않고 다시 안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니 너무나 잘 자주 었다.


가끔은 첫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둘째는 둘째대로 미안하고 첫째에게는 첫째대로 미안하다.

만약 내가 머털도사였다면 머리카락을 뽑아서 변신술을 해서 그 둘을 만족할 만큼 놀아주었겠지만 나는 그런 능력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아쉽다.


그래도 첫째인 인덕이와 늦은 야심한 밤에 간식도 나눠먹고 아이의 밝게 웃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행복했다.

앞으로 한 가지 꿈이 있고 누군가 그 소원을 이뤄주겠다고 한다면,

내가 나이가 들어도 둘 중의 아이 한 명 하고 데이트를 하고 싶다.

여자 친구가 생기면 어쩔 수 없겠지만, 아이와 둘이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어릴 때는 네가 그랬다며 말도 건네주고 싶다.


딸이 없는 것이 마음 한편으로는 아쉽고 한 명을 낳는다면 그 한 명이 딸이 아닐까 라는 겁 없는 생각도 해보지만 두 아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너무 큰 행복이다.

그리고 다음에 이러한 일이 생길 시간이 생긴다면,둘 중의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더 맛있는 간식 먹자" 라고 말하고 싶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분명 행복한 웃음을 내게 보일테니.

그 웃음을 지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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