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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Dec 10. 2020

야식은 밤 11시 정도에는 먹어줘야지

아이들로 인한 야식 시간 딜레이


사진에 있는 것은 바로 주꾸미 볶음의 사진이다.

신랑과 나는 데이트를 할 동안에도 술집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술과 안주를 먹는 것을 좋아했었다.

거의 4년간의 연애기간 동안에는 둘 다 같은 직장을 다녔던 사내 커플이다 보니 퇴근 후에 재빠르게 데이트를 하러 갈 수 있었다.

영화도 보러 가고, 카페도 가고 했었지만 가장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건 술집이라 가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그러나, 결혼을 몇달 앞두고  임신을 하였고 ,아이를 출산하고 난 다음부터는 술집에 갈 수 없었으며 마음대로 외출을 하는 건 어려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어넘길 일이지만, 아이가 4개월 정도 되었을 무렵 충주에 있는 초밥뷔페를 첫째와 셋이서 간 적이 있었는데 누가 급하게 부르는 것처럼 울어대는 아이로 인해 우리 둘은 허겁지겁 초밥을 먹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나와 신랑의 성향은 우리로 인해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했던 지라, 아이가 우는 소리로 인해 식사를 하는 다른 사람들의 식사시간이 방해가 될까 봐 우리는 그 초밥뷔페에서 단 20분도 안 되는 시간만에 나왔다.


그때를 생각하면, 참 밥 먹는 일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넘어서고 둘째를 낳고, 그리고 둘째가 통잠을 자기 시작한 이후부터 정말 제대로 된 야식과 술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원래는 아이들과 저녁을 같이 먹는 시간에 술을 함께 했었다.

많이는 먹지 못하더라도 기분 좋게 먹기를 바랐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주려면 식탁에서 몇 번을 일어나야만 했기에 나는 그것이 참 힘들고 밥을 먹다가 움직이니 밥맛도 없어지고 술도 다 깨버리고 그래서 신랑에게는 아이들이 잠이 든 후 먹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의 야식은 아이들이 자는 시간에 따라 먹게 되었고 먹게 되는 시간은 아이들로 인해 변동이 되기 시작하였다.

나는 아이들을 보통 8시에서 9시에 잠들게 하곤 하는데, 그날따라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녀오고 컨디션이 피곤해지면 8시에 잠이 들기도 하며 아무리 늦어도 9시에는 잠들고는 했다.

그러면 우리 둘은 아이들의 눈치를 살짝 살피며 방문을 닫고 나와 간단히 먹을 안주들과 술을 상에 세팅한다.


그러나 8시나 9시가 아니고 아이들이 10시가 넘어서도 안자는 날이 오면 먹지 말까 생각하다가도 하루에 이 시간이 유일하게 둘이 대화를 할 시간인데 시간이 참 아까워서 우리는 그 시간을 포기하지 못했다

배달 어플을 통해 주문해서 온 음식을 고이 식탁에 올려온 후, 신랑은 먼저 기다린다.나는 아이들을 잠을 재우다가 아이들이 확실하게 잠이 들면 나는 안방에서 나와 나머지 것들을 준비한다.

그런데 이렇게 준비를 하고 나면 정말 기분이 행복해지고 기분이 좋다. 보통 아무리 늦게 먹어도 10시 전에는 먹는데 어제는 무려 11시가 넘는 시간에 먹게 되었다. 누가 보면 무슨 음식을 그렇게 늦게 먹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이런 일반적으로 저녁은 일찍 먹거나 적게 먹어야지 라는 상식에 반대로 하는 일이 재밌고 즐겁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면서 술을 주고받다 보면 내가 가장 많이 보는 건 시계이다.시계를 보는 이유는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귀는 아이들이 있는 안방에 쏠려있지만 그래도 집안에만 있는 나를 챙겨주기 위해 술도 같이 해주고, 간식거리도 사다 주는 신랑이 나는 너무나 고맙다.

살은 분명 찔 테지만, 나는 아침에는 운동은 꼭 하므로 야식으로 인해 늘어날 뱃살들과 지방들은 다시 불태워서 빼면 되니까 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먹는다.

그리고 야식을 먹는 동안에는 신랑과 살고 싶은 집의 이야기와 미래 이야기, 아이들의 이야기를 한다.


야식은 참 신비로운 존재이다.

그 존재만으로, 대화를 하게 만들어주니 앞으로 11시에 먹게 되는 일은 줄여야 되겠지만 그러한 야식으로 인해

신랑과 나의 사이는 그저께도, 오늘도 돈독해진다.

그리고 감사함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다.

정말 이것이 소확행이기에. 확실한 행복이기에. 내 편과 무언가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다.


"야식들, 그리고 신랑

앞으로도 잘 부탁해 영원히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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