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준비하는 요양병원

15화 #보잘것없는 사람 #부모와자식 #효도 #부모사랑 #자식사랑

by 고용환

<매거진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나는 아버지를 모실 요양병원이나 호스피스 병동 등 이곳저곳을 알아보고 다녔다. 주변 지인들에게 전화해서 어떤 곳인지 물어볼 때마다 마음이 점점 무거워져 갔다. 왜 그런 곳에 아버지를 모시냐는 주변 친척이나 다른 사람들의 말은 중요하지 않았다. 나 또한 지켜야 할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아버지가 미웠기 때문에 이러는 것은 아니었다. 암 투병을 하면서 환자 본인도 고통스럽지만, 가족도 마찬가지로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을 하나씩 방문할 때마다 나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 게 힘들어졌다. 내가 생각했던 그런 병원의 모습이 아니었다. 정말 아픈 사람들로 가득 찬 병원은 희망이라는 단어를 영원히 상실한 것처럼 보였다. 병실을 안내해 주는 직원도 그냥 일을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어떤 사연으로 입원하는지 어떤 고통으로 병마와 싸우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몇 인실에 입원할 건지, 기간은 얼마나 생각하시는지 등에 대해 질문만 할 뿐이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보였다.


우리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요양병원을 선택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버지를 제외하고 가족들과 함께 방문을 했다. 어머니는 불만이 가득했다. 일단 너무 좁다는 것과 요양병원이 주는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였다. 동생은 담담했다. 병원에서 일하는 동생은 나를 대신해서 담당자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모든 상담을 마치고 병원에서 나오는 가족들은 상당히 지쳐있었다. 나는 잠시 한국을 벗어나는 것이 미안할 뿐이었다.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요양병원이지만, 우리 가족은 필요한 물건을 철저하게 확인했다. 그걸 지켜보는 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진통제가 전혀 먹히지 않는 듯했다. 계속 힘들게 숨을 쉬고 있었다. 그 순간이 고통스러워 보였다. 아버지도 그렇게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만 같았다.


아버지의 입원을 며칠 앞두고 잠을 자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아버지는 고통 속에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일어난 어머니가 옆에서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말했다.


“제발 죽여줘. 너무 힘들어 너무 아파……,”


어머니와 아버지는 울고 있었다. 참으로 이기적인 것이 우리 사람이다. 자신의 부인과 자식들 앞에서 고통에 패배하여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나약한 한 남자가 바로 그 앞에 있었다. 고통 속에서 몸부림을 치다가 지쳐서 잠이 드셨다. 한동안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 고통은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고통이었다.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있는 그 느낌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베스트 치유 에세이 <보잘것없는사람>

아버지 병실로 가니 몸을 굼벵이처럼 말고 신음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하는 뼈만 남은 한 남자가 있었다. 조용히 아버지 옆에 앉았다. 아버지는 아들의 얼굴을 보고 고통을 참으려고 애를 썼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나는 병원 직원에게 진통제 투여 여부와 이런저런 것을 따지듯이 물었다. 건방져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게 전부였다. 아버지에게 이제 곧 비행기를 타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니 배웅을 나오겠다고 그 아픈 몸을 이끌고 복도로 나왔다. 아버지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미 폐까지 전이된 상태여서 숨 쉬는 것도 고통스러워 보였다.


“잘 다녀와. 건강하게…….”


아버지는 겨우 속삭이듯이 말했다. 어색하지만 아버지를 안아 드렸다. 아버지의 몸은 정말 가늘었다. 등에서 느껴지는 것은 뼈의 넓은 간격뿐이었다. 온몸에서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눈물을 참기 위해 억지로 웃는 척을 했다. 울고 싶지 않았다. 다시 귀국해서 보고 싶었다.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잘 다녀올게요. 다녀와서 봐요. 아프면 약 달라고 해서 꼭 먹고요”


병원 문을 향해서 걸어갔다. 뒤를 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돌아보면 떠나지 못할 거 같았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아버지를 보고 싶었다. 뒤를 돌아보니 아버지는 계속 손짓을 하고 있었다. 밀려오는 고통에 똑바로 서지도 못하면서 떠나가는 아들을 향해 잘 가라고 손짓을 하며 애써 웃음을 짓고 있었다. 승강기를 타고나니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렸다. 그토록 미워했던 아버지였다. 항상 남과 비교하며 아버지를 원망하고 작은 사랑에 만족하지 못해 뒤에서 욕만 했다. 그런 아버지의 아픈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공항으로 가는 택시에서도 계속 울었다. 한편으로는 가고 싶지 않았다. 끝까지 옆에서 지켜주고 싶었다.


본문의 내용은 책, <보잘것없는 사람>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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