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반려견을 누군가 훔쳐갔다.

만약에 CCTV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by 고용환

평화로운 일요일을 보내고 아내는 우리집 반려견 찰리를 데리고 마트에 다녀온다고 했다. 알겠다고 하고 누워서 TV를 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울고 있는 아내였다.


'누가 찰리를 가져갔어.. 사람들이 CCTV를 보여달라니까 내일 오래...'


순간 당황했지만 대충 어떤 사연일지 눈치챌 수 있었다. 아내는 평소처럼 애완동물 출입금지인 마트에 갔고 찰리 입구에 묶어두고 장을 보고 나왔는데 짧은 10분 사이에 목줄은 남겨져 있고 강아지만 사라진 것이다.


나는 우선 빨리 집으로 오라고 했다. 외국인이고 한국말이 서툴기 때문에 뭔가 곤란한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조치가 힘들었다. 간단한 자동차 접촉사고도, 이런 도난사건도, 어린이집에서 문제 해결도.... 복잡하게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한국어는 아내의 발목을 잡아왔다.


몇 분 후 아내가 장바구니를 들고 아이처럼 울면서 집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 본인 잘못이라고 다시는 찰리를 보지 못할 거라고 어떡하냐고 오열하고 있었다. 나는 걱정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의도적으로 훔쳐간 것이 마음에 걸려서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경찰서에 다녀올 테니 일단 집에 있으라고 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112에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설명하니 현장으로 바로 경찰이 온다고 했다. 마트에 먼저 도착한 나는 혹시 모르는 마음에 큰소리로 찰리를 부르고 또 불렀다.


6년 전에 친한 선배에게 입양을 해 온 찰리는 순하고 순수한 사람을 좋아하는 잘 생긴 완벽한 반려견이었다. 아내가 타국에서 홀로 임신해서 외로울 때 언제나 옆을 지켜줬고, 야근하고 늦은 밤 퇴근을 하면 한결같이 문 앞에서 나를 반겨줬다. 딸이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 했던 찰리는 딸에게 하나뿐인 오빠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는 찰리를 보지 못 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경찰이 마트에 도착을 하고 나는 최대한 세밀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도난당한 지 불과 20분이 안된 시점이기 때문에 분명히 이 근처에 있을 것 같다고 말도 했다. 경찰과 CCTV를 먼저 확인해 보겠다며 마트 2층으로 올라갔다.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에 초조하고 초조했다. 아내는 자고 있는 딸 때문에 밖에 나오지 못하니 집 안에서 내게 계속 카톡을 보내왔다. 각 방 쓰는 남편을 대신에서 항상 옆자리를 지켜주던 든든한 첫째 아들 없이는 오늘 밤 잠 한숨 못 잘 것이 뻔해 보였다.


10분 후 경찰이 나왔다. 어떤 할아버지가 찰리를 풀어서 아파트 단지 쪽으로 가져가는 화면을 확인했다고 했다. 걱정하지 말라면서 경찰관들은 나를 위로했고 본인들은 단지에 가서 CCTV를 추가로 더 확인할 테니 지구대에 가서 진술서를 작성해 달라고 했다. 그 단지 쪽을 거쳐서 지구대를 가면서 나는 늦은 밤이지만

'찰리!! 찰리!!' 크게 외치며 주변을 찾고 또 찾았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찰리는 아마도 본인을 훔쳐간 사람 품에서 잠자리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괜스레 미워지기도 했다. 지구대에 도착해서 세부적인 사항을 적었다. 그냥 절차이지만 왠지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 찰리를 찾을 수 있을까? 경찰분들이 강아지 찾는 것에 적극적으로 수사를 해줄까? 불신과 걱정이 밀려오면서 만약에 찰리를 못 찾으면 딸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생각도 했다.


수사는 최소 일주일이 걸릴 거라고 연락을 드리겠다고 경찰관이 말했다. 나는 지구대 밖을 나와서 찰리를 가지고 향했다는 아파트 단지로 바로 향했다.


혹시 밖에 산책을 시키고 있지 않을까?

오늘 집에서 전단지를 만들어서 내일 어디에 붙어야 할까?

아내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지만 나는 찰리를 외치면 아파트를 돌고 또 돌았다. 혹시나 내 목소리를 듣고 찰리가 뛰어오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담고 또 담았다.


너무도 똑똑하고 영리한 찰리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안타깝게도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고, 모든 표현을 다하지만 '집에 가고 싶다고' 말을 하지 못하고, 차도 몇 대 없는 한적한 곳이지만 횡단보도를 건널 때 한 손을 높게 들지 못하는 이유 때문에 찰리가 다시 우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돌다가 경찰차가 아파트 관리실 앞에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집에 돌아가라고 했지만 나는 그 앞에서 몇십 분을 기다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은 희망을 안고 기다리던 중에 경찰관들이 밖으로 나왔다.

나는 뛰어가서


'혹시 뭐? 찾으셨나요?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요.....'


일단 CCTV로 어느 동으로 들어가는지 확인을 했고 아파트 내부 CCTV로 몇 층으로 갔는지 확인했다고 걱정 말라고 했다. CCTV가 없었다면 절대 찾지 못했을 것이다. 항상 그냥 스쳐지나 갔지만 이렇게 유용할지는 몰랐다. 아파트 1층의 어느 집이었다. 추정되는 아파트 현관문에 초인종을 눌렀으나 찰리의 소리도 집주인의 인기척도 들을 수 없었다. 우리는 단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혹시 그리고 남의 집 아파트 발코니에서 나를 바로 보고 있는 찰리를 발견했다. 찾으러 올 줄 알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찰리라고 부르니 미친 듯이 꼬리를 치며 나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다시 현관문으로 가서 큰소리로 부르니 '뭐야!!!라고 고함을 치는 목소리가 집 내부에서 들려왔다..'

팬티만 입고 온 몸에 문신이 있는 건장한 체격을 할아버지가 문을 열어줬다. 그리고 그 뒤에 찰리가 나를 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경찰관에게 고함을 치며 뭔 짓거리냐고 욕을 했다. 사실 영상 촬영을 하면서 경찰관들은 침착하게 할아버지에게 왜 강아지를 훔쳤냐고 물었다.


능청스럽게 할아버지는 말했다.

'저 조금 한 놈이 나한테 꼬리 치면서 따라왔어. 그래서 내가 데리가 왔지.. '

조금 몸이 좋지 않은 분들이 많이 거주하는 단지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순간 그 말을 듣고 증오스러웠다. 내게 달려오는 찰리를 품에 안고 아내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I found him. don't worry, we will come home soon.'


아내는 고맙다고 모두 자기 잘못이라고 다시는 밖에 찰리를 묶지 않겠다고 몇 번을 말하며 안심하는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할아버지는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며 자기가 누군지 아냐고? 너희 같은 경찰관은 3일 안에 흔적도 없게 만들어 버릴 수 있다고 고함쳤다. 순간 좋은 동네에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든 일이 계획대로 돼서 내년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가서 정착해야만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미안하다는 사과도 없었다. 나는 다시 지구대에 가서 최종적인 서류를 작성했다. 말이 안 통하는 할아버지는 경찰관의 노력으로 지구대로 끌려왔다. 지구대에서도 고함을 치며 욕이란 욕은 다 했다.

나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서 빨리 서류 작업을 마치고 싶었다. 경찰관은 찰리를 얼마 주고 샀냐고 물었다. 절차인 것은 알지만 순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어떻게 돈으로 그 가치를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잘 모르겠다고 말하고 저 할아버지는 절차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경찰관은 벌금 정도 나올 거 같다고 일단 경찰서로 사건을 넘긴다고 했다. 사실 찰리를 찾았으니 아무런 상관도 없었으나 다시 누군가의 소중한 반려견을 훔쳐가지 않게 혼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를 그저 숫자에 불과하고 사람이라는 존재는 그다지 믿을만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다행히도 3시간 만에 찾은 우리 집 첫 째 찰리를 찾았다. 그저 늦은 밤 노력해준 경찰관들이 너무 고마웠다. 내 품에 아무런 일 없었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찰리를 보니 그저 웃음이 나왔다. 감사하다고 크게 말을 하고 지구대를 빠져나와.. 집으로 갔다. 찰리를 본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찰리를 안고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미안하고 말했다. 집에 돌아온 게 기쁜지 찰리는 자고 있는 딸을 방을 들렸다가 거실을 한 바퀴고 돌고 안방 침대로 가서 잘 준비를 했다.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언제나처럼 고요하고 조용한 우리 집이 되었다.


찰리야 아빠, 엄마가 미안했어.. 다시는 너를 잃어버리지 않을게. 사랑한다. 그리고 돌아와 줘서 고맙다.



저자의 가족 에세이 <보잘것없는 사람> 입니다. 사춘기 자녀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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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세 일부는 매달 기부금으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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