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로 항상 혼자 노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나인데 어린이집을 마치고 집에 오면 항상 다른 친구 집에 놀러 가고 싶어 하는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보통은 자연스럽게 어린이집에서 엄마들끼리 알게 되면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 서로의 집을 오가는 경우도 많이 보았지만 다문화 가정인 우리 가정에게는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 부자연스러움은 딸에게 남들을 부러워하게 되는 현실로 다가왔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매일 아침 등교길에 딸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을 가면서 짧은 대화를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물었다.
"아빠, 왜? 나는 친구들 집에 놀러 가지 못해?"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우리 딸도 놀러 갈 수 있어, 걱정하지 마."
그리고 유심히 아침 등원을 시키면서 엄마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한 가지 더 알게 되었다. 거의 40% 정도가 다문화 가정의 자녀였던 것이다. 지방이고 다문화 가족수가 많은 곳인 것은 논문을 쓰면서 알았지만 이렇게 많은 어린이들이 딸의 어린이집에 있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 이유는 대부분은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들이 동남아 계열이기에 아이들의 생김새에서 큰 차이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 딸은 캐나다 엄마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조금 생김새가 달랐기에 나는 우리 딸만 다문화인 줄만 알았다. 만약에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다면 절대 모르고 이 지역을 떠났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의 절친이 어머니와 함께 등원하는 것을 보았다. 놀랍게도 어머니는 우리나라분이 아니었고 나는 조심스럽게 전화번호를 물어봐서 받았다. 그리고 오늘 연락을 해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다행히도 집에 놀러 온다고 하였다. 바로 앞동에 살고 있었기에 오는 것도 불편하지 않았다. 딸에게 친구가 놀러 온다고 하니 딸은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집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날 리가 났다. 갑자기 옷을 갈아입고 최근 엉망이 돼버린 방 정리를 하면서 친구가 오면 어떤 놀이를 할 것이지 끝도 없이 말했다.
너무 행복해하는 6살 어린 우리 딸을 보면서 행복하기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내 가슴을 두드렸다.
'저렇게 좋아하는구나...'
'만약에 우리가 엄마 나라인 캐나다에서 살았다면 매주마다 이렇게 엄마 친구 집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놀았을 텐데.....'
아무리 딸을 사랑한다고 해도 내가 채워 줄 수 없는 것들이 벌써부터 존재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조금은 나를 쓸쓸하게 만들었다. 사실 아직도 딸을 대한민국에서 끝까지 성장시킬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물론 나라는 아빠는 한국이 너무 좋다. 약간 부조리스럽고 조금은 시끄럽고 엉뚱하지만 내 조국이 좋고 이 나라를 너무 사랑한다. 하지만 최근 대학원 논문을 '다문화 병사'를 주제로 쓰면서 다양한 학위논문, 신문기사, 인터뷰 등을 찾으면서 내 딸에게 이 나라가 좋은지에 대해서 수없이 질문하게 되었다.
<논문 작성 중인 내용을 잠시 공유하면 아래와 같다.>
여성가족부가 2018년 발표한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며 다문화 가족 자녀가 차별을 경험한 비율이 9.2%로 2014년 6.9%에 비교해 2.3% 증가했고, 다문화 가족 자녀들은 친구에게 64%, 고용주 또는 직장동료에게 28% 차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교폭력을 경험한 자녀는 2015년 5%에서 2018년에는 8.2%로 3.2% 포인트 증가했으며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학교폭력을 받은 다문화 가족 자녀 중 48.6%가 그냥 넘어간다고 답하였다. 아래 그림을 보면 세부적인 다문화가족 자녀의 학교폭력 피해 유형 결과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2018년 인천 다문화가정 학생 추락사고’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직면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중학생 4명이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인 피해자의 손과 발을 이용해서 1시간 20분가량 폭행을 가해 옥상으로 추락으로 사망에 이른 사건이다. 피해 학생은 러시아 어머니 둔 다문화 가정의 자녀이고 다문화 가정 자녀라는 이유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줄곧 차별과 따돌림, 폭행 등에 노출된 배경이 파악되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해학생들은 첫 조사에서 폭행에 대해 일절 언급을 회피했고, 피해 학생이 극단적으로 선택을 했다면서 주장하는 진술을 수차례 바꿨지만 CCTV 영상을 공개하자 폭행 혐의를 인정하였다고 하였다(뉴스 워커, 2018).
특히, 신경에 쓰이는 부분은 생김새에 다름이다. 그리고 위의 자료들은 불과 3년 전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다문화가정의 증가 추세와 우리나라가 다문화를 사회적 약자처럼 취급하는 제도적인 부분도 이런 청소년 따돌림 문제나 학교폭력 노출을 더욱 부축일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아빠로서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오늘 당장 딸을 위해 죽어도 내 삶이 아깝지 않은 것이 부모 마음인데 그저 요즘은 논문자료를 검색할 때마다 걱정과 한숨만 늘어난다.
하지만 이런 나의 걱정과 달리 오늘 집에 놀러 와서 만난 두 명의 다문화 가정의 여자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정 평범하고 행복한 모습을 둘이 인형놀이도 하고 대화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내 딸과 같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더욱 살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느끼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처음으로 만난 결혼이주 여성인 내 가족과 딸 친구의 엄마가 서로 서툰 한국어로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아직 어려도 벌써 서툰 엄마들의 한국어를 옆에서 도와주는 두 딸들을 보면서 나는 조용히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어서 방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잠시 자리를 피해 주고 싶었다.
조용히 방에 들어가서 책상에 앉아 있으니 딸이 친구와 노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얼마나 그리웠는지 둘 다 떨어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몇 시간이 흐르고 헤어짐에 시간이 오자 서로 헤어지기 싫어서 놀이터에 가서 조금만 놀자고 조르기 시작을 했다.
그토록 평범한 것이 이토록 간절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아내와 같이 놀이터로 나가서 한없이 뛰어노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찌 보면 나란 사람이 과민하다고 말할 수 있다. 아직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그럴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도 그냥 내가 예민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감정이라고 여기고 싶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게 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