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야. 고독은 외로움을 불러오기 때문에 대부분은 스스로 고독해지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단다. 마치 옆에 누군가 있는 것이 꼭 외로움을 멀리하는 유리한 해법처럼 여기게 되는 게 인간관계이기도 하지.
하지만 우리는 고독한 존재란다. 받아 들이기 힘들어도 고독과 친숙해지는 방법을 빠르게 찾는다면 정말 어려움이 닥쳐도 빨리 헤어 나올 수 있단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위로받고 싶은 것은 그만큼 스스로 견뎌 낼 힘이 부족하다는 거란다. 기대는 만큼 실망이 찾아오기도 하지. 그래서 아빠는 결혼하기 전에 홀로 여행을 다녔단다.
처음 혼자 여행을 떠난 곳은 제주도란다. 떠난다는 것의 의미를 더 부여하고 싶어서 섬으로 떠났지. 무턱대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떠난 짧은 여행에서 많은 성장을 경험했단다.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던 아빠였는데 용기 있게 떠난 여행에서 가장 쑥스러웠던 순간은 아마도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것이었지. 처음에는 올레 길을 따라 걷고 또 걷다가 간단한 음식을 사서 길어서 먹었단다. 시간을 아낀다는 구차한 변명을 스스로 만들었지만 사람이 많은 식당에 혼자 가서 밥을 먹는 게 불편했던 거지.
당시만 해도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참 어색한 장면이었단다. 물론 지금 글을 쓰는 요즘은 혼밥, 혼술 등 홀로 즐기는 삶이 보편화되었지만 말이야.
그래도 여행 마지막 날 용기를 내서 유명한 식당에 들어갔단다. 종업원이 아빠에게 몇 분이세요? 물어봤고 아빠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단다. 일행이 있다고 말했을 해버렸지. 그리고 거짓말의 대가로 흑돼지를 3인분 시켰단다. 그리고 젓가락과 숟가락을 건너편에 세팅하고 소주 한 병을 시켜서 마치 곧 일행이 올 것처럼 위장을 하고 식사를 했단다.
사실 식당에서 밥을 먹는 그 누구도 아빠를 의식하지 않았지. 관심도 없는데 아빠 혼자 괜히 의식했다는 것을 알았단다.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와서 그동안 사소한 것에 상처받았던 것들로부터 조금은 해방되는 것을 느꼈단다. 그냥 혼자 밥을 먹을 때 혼자 걱정했던 거처럼 직장에서도 앞선 걱정을 할 필요 없다는 것을 알았지.
그리고 몇 년이 지나서 아빠는 더 멀고 큰 곳으로 홀로 떠났단다. 직장에서 승진과 앞날의 걱정을 뒤로하고 공부를 하러 해외로 간 거지.
필리핀에서 공부할 때는 다른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단다. 소극적이라고 여겨왔는데 사실 사교성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 그리고 함께 어울리고 싶으면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서 어색함을 이기는 법도 배웠단다.
물론 그 모든 여행의 순간이 모두 완벽한 퍼즐 조각으로 마무리된 것은 아니란다.
후회도 존재하지.
예를 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어떤 일을 했어도 되었을 텐데 라는 평범한 후회들 말이야.
그중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아직 아빠 머릿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단다. 필리핀 연수를 마치고 복직을 해서 2년 동안 다시 일을 하고 아빠는 영국으로 다시 떠나기로 결심했단다.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생겨서 신청했는데 운이 좋게 나온 거지. 그래서 직장생활이 장난이냐고 비난과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없는 돈에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서 무턱대고 떠났단다.
처음으로 숙식을 했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자리 제안을 받아서 비싼 숙식을 해결하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손님이 없을 때는 직원들과 함께 영국 시내를 걷기도 했고, 나중에는 외국인들이 다니는 학원에 등록해서 자격증을 공부했단다. 거기서 한국인은 아빠가 유일했단다.
매일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고 끝나면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과 영어로 수다를 떨면서 하루를 마감했지. 그리고 우리는 실습까지 마치고 자격증을 수료받았단다.
축하의 의미로 작은 호프집을 랜트해서 학생들과 술을 한 잔 했는데 같은 수업을 듣던 스페인 학생이 아빠에게 춤을 추자고 제안을 했단다.
춤을 추는 것이 쑥스러워서 머뭇거리는 사이에 분위기는 달라졌지. 근데 10년이 넘은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때 용기를 내서 남들이 보던 안 보던 신경 쓰지 말고 같이 춤을 췄으면 좋았을 걸 하는 이상 미묘한 후회가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물론 대단한 사건은 아니란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것을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단다. 아마 아빠는 그 스페인 여학생과 춤을 추고 싶었던 거지. 물론 춤을 췄다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겠지만 이런 게 인생인 거 같구나.
혼자 여행을 떠나면 자기 자신을 마주 할 기회를 더 얻는단다.
혼자여서 외롭기도 하지만 혼자이기 때문에 얻는 감정이 존재하지.
그리고 그런 감정들은 너를 성장시킨단다.
물론 나중에 혼자 오지로 여행을 간다면 아빠는 걱정하겠지만 그래도 아빠가 용기를 냈던 그날을 떠올리며 너를 응원할 준비를 하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