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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Nov 27. 2022

28화. 병원이 집이 되어버린 엄마

#치매 엄마와 함께 사는 두 아들 이야기

연말이고 월드컵에 약간 사람들은 새로운 한 해를 다짐하기 위해 그리고 아쉬운 22년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노트를 꺼내 들고 있다. 언제나 한 해를 보내면서 섭섭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 감정들이 묘하게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특히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한 집안에 가장으로 살아가면서 그 무게감은 점점 무거워졌다. 이렇게 나이 먹는다는 게 부담이 되는 줄 알았으면 '조금 더 부모님께 잘해드렸어야 했는데'라는 뻔한 후회를 하곤 한다.


나도 그렇고 동생도 그렇고 다가오는 23년은 두렵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이 안된다. 물론 동생 말대로 아직 엄마 때문에 서로 울고 힘들어할 날은 시작도 안 했을지도 모른다. 잔인하긴 하지만 그 말을 부정할 수 없다.


엄마는 22년 1년 동안 동생 병원에 입원해 계셨다. 가끔 우리 집에 내려오거나 주말에 외출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제는 환자복이 더 어울린다. 안타까운 것은 22년 1월만 해도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많이 싫어하고 표현도 했었다. 코로나로 병문안도 힘들었지만 가끔 올라가서 만나면 언제나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집에 가고 싶어. 집에 가자."


그때는 엄마가 이렇게 말하는 게 정말 싫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인지도 못하는 것이 서럽고, 모시고 내려가서 곁에 둘 수도 없는 내 현실이 비참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비참한 것은 요즘 병원을 가면 엄마가 아무런 말도 안 한다는 것이다.


그냥 나를 보고 웃는다. 기운이 다 빠져서 말도 별로 안 한다. 식욕도 없고, 이빨도 다 빠지고, 체중은 30kg 초반에, 어떠한 감정 표현도 별로 없다. 남들에게는 미묘하게 흘러간 1년이지만 엄마에게는 마치 10년을 넘게 초월한 것처럼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런 변화를 느끼는 것은 나와 동생뿐이다. 엄마 본인은 아무것도 모른다. 이제는 핸드폰을 찾지도 않고, 유일한 자랑거리이던 손녀딸 동영상도 보지 않는다. 엄마가 알고 지내던 사람과 엄마가 직접 연락을 하는 일은 사라졌다. 우리의 도움이 없으면 이 세상에 존재감이 없어진 한 사람과 같다. 분명 아직까지는 살아계시는데 말이다.


11월 말이면 엄마는 퇴원을 해야 한다. 막막하다. 65세 미만이라서 치매 진행 상태보다 등급은 하찮게 나오는 게 실정이고, 대학병원 선생님이 아무리 안타깝게 생각을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결국은 현재 재가 4등급에 맞춰서 엄마를 주간보호센터에 모시기로 결정했다.

동생 직장 근처에 있는 보호센터를 틈나는 대로 휴가를 내서 방문했다. 조금이라도 엄마한테 맞는 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물론 어떤 센터를 방문해도 마음은 답답하고 가슴은 무너진다. 아마도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은 모두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어르신들이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그곳의 공기와 시간은 마치 다르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그곳에 직원분들이 불친절하다는 그런 말은 아니다.

그저 내가 느낀 감정은 한때는 젊었고, 한때는 꿈도 많았고, 한때는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면서 자신을 희생했을 그분들이 그렇게 한 곳에 모두 옹기종기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요양원은 보낼 수 없으니 요양병원이라도 알아보려고 했다. 아니 그래야만 동생도 살고, 나도 조금이라도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 이기심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버틸 수 있다는 동생의 말에 이런 결정을 했다. 그리고 사실 나도 그렇게 엄마를 다른 곳에 두고 오고 싶지 않았다.


말이 좋아서 요양병원이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부모를 포기한 것 아닌가....


이제 퇴원을 하고 동생과 아침에 같이 일어나서 차를 타고 1시간 이동 후 엄마는 센터로 동생은 직장으로 출근을 하고, 퇴근하면 동생이 엄마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오는 이런 삶이 23년에는 시작될 것이다.


마치 어린 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일을 갔다가 픽업을 가는 것처럼 말이다.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아이는 성장을 하고 엄마는 후퇴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나도 이렇게 늙어서 자식에게 부담을 주는 삶을 살게 될 텐데 그런 날을 떠올리면 앞이 깜깜하다. 어찌 감히 자기 몸하나 간수하고 버티며 살기도 힘든 내 생명 같은 자식에게 이런 부담을 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불행은 옵션이 아니다.


피할 수도 없다. 다가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인생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받아들이는 것만 현실에서는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살아간다.


이렇게 오늘도 이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부여잡고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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