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를 분리수거했다.
인간관계를 쓰레기에 비유한 책 제목은 어쩌면 서글프다. 하지만 평생 아무런 관계도 없이 혼자 살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피할 수 없는 인간관계를 구분 짓고 나를 지키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를 쪼개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모든 관계를 너무 큰 하나의 덩어리 안에 넣어둔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다르다. 부모의 DNA를 물려받은 자식도 다른데 남은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세분화한다. 마치 문서를 분류하는 작업처럼 내 감정이라는 폴더에 차곡차곡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행동에 경계선이 없어진다.
귀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처음만 어렵다.
하다 보면 오히려 편해진다. 그리고 우리는 자동적으로 생존을 위해 행동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맞춰가며 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상대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나를 변화시킨 것이다. 힘 있는 사람한테 바짝 엎드리고, 약한 사람들 앞에서는 막말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가득하다. 하지만 관계를 쪼개는 것은 내 행동을 남에게 맞추라는 것이 아니다. 대응하는 것이 아니고 정해 진 패턴대로 내가 가장 편한 행동을 하라는 것이다.
관계 쪼개기는 마치 점선을 표시하는 작업과 같은 것이다.
언제든 가위만 있으면 미리 그려 둔 선을 고민 없이 자를 수 있도록 하는 밑 작업이다.
미리미리 연습하면 어떤 당황스러운 상황이 닥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내가 아는 상사 중 한 명은 첫 만남부터 모든 주변 사람의 단점과 치부만 이야기했다. 듣기 불쾌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대화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것에 매우 서툰 사람이었다. 그래서 입만 열면 남 이야기하는 유형이었다. 나는 조용히 몇 번 만나지 않고 점선으로 그 사람을 내 인생에서 잘라내서 버릴 준비를 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이 사람은 다른 사람 앞에서 무조건 내 욕을 할 테니까 말이다. 그러면 나는 그 말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분명 전해 듣게 될 것이고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될 테니까.
결국 나랑은 맞지 않는 사람이기에 선을 그으면서 ‘오로지 업무적’이라는 구분 해두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나서 다른 지인을 통해 그 사람이 내 말을 하고 다닌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사전에 잘 잘라서 버릴 준비를 해둔 상태라서 놀라지도 않았다.
나는 오히려 반갑게 마음속에 날카로운 가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자르고 쪼겠다.
그 사람 성향의 문제이다. 개인적으로 남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판단하고 그 사람에 대해서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멸시한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에게 그런 새싹을 발견한 순간 철저하게 준비한 것이다.
싫어할 준비도 미리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모든 사람과 관계를 좋게 하려고 소중한 시간을 날려버리는 것은 인생에 전혀 도움 안 된다.
그렇게 빼앗긴 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어차피 나랑 맞지 않는 사람은 결국은 언젠가 싫어하게 되어있다. 그렇기에 관계를 쪼개서 쓸데없는 상처받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은 나를 위해 필요한 중요한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