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나를 확인하게 하는 몸의 통증

나는 나의 관측병이자, 선발대, 지휘관입니다.

by 주영헌



새벽에 글을 쓰다가 몸의 근육이 뭉치는 느낌이 들면, 거실로 나아가 바닥에 눕습니다. 따뜻한 온기가 온 몸으로 퍼집니다. 어깨를 아래위로 움직이고, 다리를 움직여 느슨한 스트레칭을 합니다. 땀이 날 정도로 오래 몸을 풀고 싶지만, 시간은 여섯시를 향하고, 베란다가 환해지기 시작합니다. 조급한 마음에 책상으로 몸을 움직입니다.


어느 날 부터인가, 몸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몸과 나 사이의 미묘한 이질감을 느꼈기 때문이죠. 한 몸이 아니라, 정신이 몸의 숙주가 되어 육체를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잠자리에 들 때, 다리가 아파 잠을 오래 설치는 날도 있었습니다. 가벼운 근육통은 내 몸을 감도는 얕은 졸음과도 같은 것이어서, 크게 신경 쓰지도 않습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어깨가 뻐근한 날이면, 아내에게 등을 두드려 달라고 부탁 하거나, 그것으로도 부족하면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 마사지를 받곤 합니다.


두 손을 교차하여 양쪽 어깨를 잡습니다. 근육을 최대한 늘려줍니다. 몸이 시원하다고 느낄 때까지. 그런데 이 시원함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편안함의 느낌은 아닙니다. 약간의 통증도 있기 때문에, 시원함을 약한 통증과 같은 것이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뜨거운 물을 호호 불어 마실 때 우리는 시원하다고 말합니다. 온탕에 온몸을 담글 때 마찬가지로 얘기하죠. 시원하다는 말을 들은 아이가 온탕에 들어간 후, 어른들은 온통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던 우스갯소리도 생각납니다. 우리는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 아픈 것과 그렇지 않은 것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인가요.


어깨에 통증이 오면, 의식적으로 주무르게 됩니다. 약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어깨의 묵직함과 피부 표면에서 느껴지는 손바닥의 압박감. 통증을 어루만지듯 부드럽게 주물러줍니다. 마치 우는 아이를 요람에 태워 달래는 것 같습니다. 몸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가 우는 것인가요. 아침부터 느껴지는 약한 두통과 목과 어깨의 통증, 쉼 없이 사용하는 손가락의 관절에서도 약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통증을 느끼고 나서야 확인할 수 있는 몸의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위장이 강한 편이라, 잘 아프지는 않지만, 아주 가끔 병에 걸릴 때가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소주 반병을 마시고 방바닥을 구르면서 인력의 강력함과, 예전 같지 않은 몸의 상태를 느낀 적이 있습니다. 아픈 위장은 통증으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줬습니다. 다만, 그것이 겉이 아니라 속에 있어 꺼내어 깨끗하게 씻거나 주무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몸의 부분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정상입니다. 느낄 수 없음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다만, 언제까지 정상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건강을 맹신하던 사람이 암으로 죽어가는 것을 수차례 목도했습니다. 건강에 대한 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곪아가는 몸의 상황을 애써 외면하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요, 건강한 사람보다 몸이 약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말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되돌아 보니까요. 자신의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도 외면하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얼마나 우리 몸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까. 발과 손, 어깨와 내 내부에서 전달되는 신호를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까. 바쁘다는 핑계와, 괜찮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희망에 매달려서. 그렇다고 건강 염려증을 권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병을 키우지 말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자는 것입니다. 내가 아닌 내 주변의 사람까지 내 건강에 대해서 이상을 말하면 분명히 이상한 것입니다. 그때는 외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나라는 사람의 최전선에는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있을 뿐입니다. 나는 나의 관측병이자, 선발대, 지휘관입니다.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내 결정에 따라 내의 미래가 결정됩니다. 아프면 돈도 명예도 다 소용없습니다.






2009년에 계간 시인시각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 첫 아이를 잃은 슬픔을 담은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시인동네, 2016년)를, 2020년 위로의 시편을 담은『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 2020년)을 출간했습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한편의 짧은 산문을 씁니다. 50여편 정도의 산문을 모아서 산문집 출간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keyword
이전 11화도전과 집착 그 사이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