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마시는 여유, 한 잔의 커피

내 글이 커피 향기처럼 달곰했으면 좋겠습니다.

by 주영헌



주말 아침, 어렵지 않게 일어났습니다. 이른 새벽을 깨우는 일은 출근과 상관없는 일이지만, 출근하는 날보다 출근하지 않는 날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마음의 부담이 없기 때문입니다. 몸이 피곤하다고 생각되면, 언제든 쪽잠을 잘 수 있습니다. 출근하는 날은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새벽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커피 내리기입니다. 커피의 향긋한 향도 좋아하지만, 적당량의 카페인이 잠을 쫓아주고 생각을 맑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먹을거리도 준비합니다. 커피가 정신을 깨운다면, 먹을거리는 내 몸에 적당량의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새벽에 먹는 약간의 음식물은 자판을 두드리는 힘과 두뇌라는 프로세서를 움직이는 힘이 됩니다.


커피는 맛과 향기를 즐기기 위해 마시는 대표적인 기호식품입니다. 아주 오래전 에티오피아의 한 목동에 의해 발견되어 아랍을 거쳐 유럽에 전파된 이후 세계인이 즐기는 식품이 되었습니다. 오래된 터키 속담에 커피를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라고 말합니다, 이 만큼이나 커피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커피의 매력에서 헤어나오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매일 저도 두·세잔 이상을 커피를 마십니다. 보통은 원두커피를 내려서 마시지만, 가끔씩은 달달한 믹스커피를 타서 마시기도 합니다. 특히 믹스커피는 배가 출출할 때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특히 새벽의 커피 한잔은 윤활유처럼 내 몸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깊은 잠에 빠졌던 나를 글 쓰고 책 읽기 적당한 사람으로 바꿉니다. 커피가 아니었다면, 보이차와 같은 녹차 종류를 마셨을 수도 있겠지만, 커피가 편합니다. 아주 쉽고 간단하게 신선한 차를 준비해서 마실 수 있으니까요.


아침에는 과자보다는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편이지만, 낮에 커피를 마실 때는 군것질거리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쿠키나 마들린, 달콤한 초콜릿 칩도 잘 어울리죠. 커피가 쌉쌀하므로 달곰한 과자나 쿠키가 잘 어울리는 둣 합니다. 커피도 쌉쌀한데 간식까지 쌉쌀하다면, 입이 싫어하겠죠. 커피만 봐도 서로에게 완벽한 조합은 반대쪽에 있습니다.


견과류도 커피와 같이 먹기에 적당합니다. 견과류만 먹어도 좋지만, 조청에 버무려 만든 강정이 커피와 멋진 조합을 만듭니다. 그러나 이런 조합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요, 집에서는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허기와 잠을 동시에 쫒는 것이 일상입니다.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습니다.


오늘 새벽에는 저 만큼이나 냉장고 깊은 안쪽에서 존재감을 잃은 새송이 버섯을 꺼내 냉동 아스파라거스와 함께 오븐에 구웠습니다. 온도와 시간을 적당히 맞추고, 구운 채소를 기다리며 식탁에 앉아 커피 한 모금을 더 마십니다. 달곰한 향기가 새벽의 부엌을 가득 채웁니다. 잠자던 허기가 깨어 뱃속이 요동칩니다. 입에 침이 한가득 고입니다.


내가 쓰는 산문이 저 커피처럼 구운 채소처럼 달곰한 향기를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작가가 쓰는 글에는 글쓴이만의 독특한 맛과 향기가 있다고 믿습니다. 누군가에겐 허기를 채울 빵이 되기도 하고, 달달한 과일 샐러드가 되기도 하겠죠. 저는 내 글이 커피를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질리지 않게 매일 옆에 두고 읽을 수 있는 그런 맛처럼. 아침을 깨우는 글이면 더 바랄 것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커피 한 모금 마저 마시고 지금 쓰는 글을 마무리해야 하겠습니다.






2009년에 계간 시인시각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 첫 아이를 잃은 슬픔을 담은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시인동네, 2016년)를, 2020년 위로의 시편을 담은『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 2020년)을 출간했습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한편의 산문을 쓰고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공유합니다. 브런치를 통해서는 일주일에 한두편, 재미있는 산문을 중심으로 원문을 연재합니다.


주영헌 시인의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jooyoung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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