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쉬는 것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홀로 누워있으니 독거노인처럼 쓸쓸해지는 느낌

by 주영헌 시인



아프니까 좋은 점은 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집 밖으로 자유롭게 나가지도 못하고, 잠깐 앉았다 눕기를 반복합니다. 집에는 저 혼자 있습니다. 강아지가 한 마리 있지만, 나와 그리 친하지는 않아 서로 못 본 척합니다. 아내는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에 옵니다. 큰딸과 둘째 딸은 서울에서 자취 중입니다. 중학생인 막내딸만 집에서 학교에 다니지만, 막내딸도 아침에 학교에 가면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옵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집은 고요합니다.


아내는 병가 중에 유튜브라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라고 합니다. 저도 아내 말처럼, 첫 일 주일 동안은 그렇게 보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요, 일주일이 지나니, 참 힘든 일입니다. 바쁘게 일할 때는 한두 달, 좀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강제로 쉬어보니 쉬는 일도 일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도 지겹지 않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시를 읽고 시를 쓰는 일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시인이 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시인이 되지 않았다면, 무작정 쉬는 기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요. 아니, 병가기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퇴직 이후 보내야 하는 길고 긴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낼 수 있을까요. 누구보다 쉬는 일을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나이지만, 무작정 쉬게 되면 고민이 참 많아질 것 같습니다.


시도 많이 씁니다. 시 「아프면 쉬는 것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도 아팠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시입니다. 이 시뿐만이 아닙니다. 병가기간 중에 열 편 이상의 시를 썼습니다. 내가 일 년에 쓰는 시가 열 편이 되지 않는데, 이 짧은 기간에 열 편이라니, 신기한 일입니다.


아프면서 여러 가지를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누워서 생활한다는 것’이 어떤 불편함인지 깨닫습니다. 예전에는 잘 몰랐던 불편입니다. 집에 홀로 누워 퇴근하는 아내를 무작정 기다리다 보니 홀로 있는 외로움이 얼마나 고독할 수 있는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바로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집안에만 홀로 누워있으니 / 독거노인같이 쓸쓸해지는 느낌’과 같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서 자연스럽게 한 줄의 문장이 흘러 나왔습니다.


아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시 쓰기에 집중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겠으나, 회복이 먼저일 것입니다. 허리 수술은 후유증이 길다고 합니다. 수술해도 쉽게 낫는 병이 아니라고 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치료이든 병 이전으로 몸을 완전히 되돌릴 수 없습니다. 살 만하게 움직일만하게 치료하는 것입니다. 살 만한, 움직일만한 몸을 더 괜찮은 몸으로 만드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나에게 달려있음을 알기에, 몸으로 할 수 있는 작은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려 합니다.



아프면 쉬는 것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주영헌



걷다가 눕다가

앉다가 눕다가

일상의 절반을 한동안 누워서 보냈습니다.


출근할 때는 마냥 쉬고 싶었는데

병이 들어 강제로 쉬어보니

아프면 쉬는 일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쉴 수 있을 때 쉬자 마음속으로 위안하지만


집안에만 홀로 누워있으니

독거노인같이 쓸쓸해지는 느낌


나의 가까운 미래는 아니겠지요.

홀로 누워있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

병이 들어보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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