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글감에 제한을 두지 마라

오늘의 시, 빨래집게

by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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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집게


이른 아침

빨랫줄에 걸린 빨래집게가

바람에 흔들린다.


어젯밤에 세찬 비, 바람 따위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바싹 말라 햇빛에 반짝인다.


오늘은

눈부신 햇살보다

빨래집게가 나의 시선을 잡았다.


그 묘한 미소는

오늘 나의 하루가

행복하게 해줄 것 같다.


글감에 제한을 두는 건 좋지 않아요. 빨래집게가 무슨 글감이 되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저 사진을 퍼온 피드에 작가님도 빨래집게로 에세이를 쓰셨어요. 중요한 건 예외를 두려고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이것은 아니야. 저건 의미가 없지. 이런 식으로 주관식으로 분류해 버리면 결국에는 쓸만한 소재는 대중적이거나 어려운 글감만 남는다는 거예요. 쉬운 글도 못 쓰는데, 어려운 글을 쓸 수 있을까요? 힘들지 않을까요?


짧은 글을 쓰는 사람은 긴 길을 못 쓰고, 긴 글을 쓴 사람은 짧은 글을 못 쓴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그건 틀린 생각이에요. 저는 짧은 시와 긴 소설을 써요.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연습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그런 두려움은 접어두시고, 찾은 글감에 대해 집중하시길 바라요. 어떤 것이든 상관없어요. 정말 엉뚱한 거라도 상관없어요.


강아지똥이라는 그림책을 아시나요? 그림책이라 가능하다고요? 아니요. 지금 도서 목록에 ‘똥’이라고 조회를 해 보세요. 책이 아주 많이 나올 거예요.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글감에는 제한이 없다는 거예요.


글감이 어떤 것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가 중요한 거예요. 작가님은 어떤 글을 쓰고 싶으세요? 그림책을 쓰고 싶다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써야 하고, 수필을 쓰고자 하시면 최대한 객관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해요. 시라면 더욱 시야가 넓어야겠죠. 소설도 마찬가지이고요.


직업에만 귀천이 없는 게 아니랍니다. 글감에도 귀천이 없어요. 언젠가 작가라면 작은 먼지도 허투루 보면 안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말과 지금 이 말은 같은 맥락이에요. 스스로 가둔 생각 속으로 밀어 넣지 말고, 열린 생각으로 글을 쓰시길 바라요.


어떤 글을 쓰고자 선택하셨다면 그 글감이 무엇인가에 연연하지 말고, 어떤 식의 어떤 표현을 쓸지만 고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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