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KI/포레스트웨일
이 책을 읽은 건 아마도 출간과 동시인 듯하다. 그동안 이 책은 내 옆에 자리 잡고 앉아서 간혹 글감을 제공해주기도 하고, 허전함을 달래주기도 한다. 이 책의 장르는 에세이이기는 하지만, 영어와 그림이 함께 하고 있어서 어른 아이, 외국인까지 관심을 가지는 책이다.
첫 책을 낸 CHIKI 작가님은 주로 인스타에서 활동하던 작가로 매일 하나이상의 피드를 올린다. 자신과의 약속처럼 늦은 시간이라도 반드시 글을 올리는 부지런함이 있다. CHIKI 작가님의 글에는 작가님 만의 언어가 있다.
예를 들면 '밤결', '우리의 언어', '어른이' 같은 말은 마치 CHIKI 언어 같다. 작가님만의 세상에만 존재하는 이제야 세상에 나온 듯한 그런 느낌. 한 편의 동화책 같기도 하고, 시를 읽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는 이렇게 적고 싶다.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고 말이다.
책이라 읽는 것이지만,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너는 어때?'라고 말이다. 나도 모르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 시선이 이전 페이지에 머문다.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 책을 고른 독자의 연령층이 비록 다양하더라도 대부분은 만 18세 어른일 것이다.
어른의 사전적 의미는 다 자란 사람, 자기 일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나이 지휘 항렬이 높은 사람 혹은 결혼한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이 기준에 적합한 어른이 얼마나 될까? 그저 나이가 만 18세를 넘겼다고 해서 어른이라는 명칭이 주어진다면 세상은 어른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그중에 자기 일의 책임을 지는 어른은 몇이나 될까? 책임이라는 단어의 뜻을 아는 사람은?
어떤 사람은 '나는 어른이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나는 책임지고 싶지 않아요.'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까? 마치 어른=책임, 그래서 결혼한 사람을 어른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결혼을 하면 가정이라는 것에 책임을 져야 하니까. 책의 제목과 표지를 보면 괜히 웃음 짓게 된다.
책임의 무게로 지쳐있는 어른에게 놀이터를 선물해주려고 하고, 온기를 전하려는 작가의 노력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책의 모든 내용에서 온기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고민과 경험을 담담히 적어낸 에세이이지만 그 담담한 글 때문에 더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위로도 받을 수 있다. 아직 어른이고 싶지 않은 어른이에게 말이다.
누구나 어린이고 싶다. 책임 따위 던져버리고, 마음껏 놀이터에서 놀고 싶은 어린이의 삶이 지나고 나니 부러워진다. 옷 더러워지는 거 걱정하지 않고, 모래놀이를 하고 흙탕물에 발을 담그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립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