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앉은 아이/포레스트웨일
생각보다 빨리 끝날 듯하다. 완성된 원고이기는 하지만, 많이 수정될 줄 알았는데, 거의 수정되지 않았다. 오타 수정 정도로 와서 그동안 퇴고에 온 신경을 몰두한 나를 칭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정을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이상하게 마감일이 붙은 원고가 눈앞에 오면 고칠 것이 보인다.
오늘은 종일 그 작업을 했다. 수정본을 확인하기 위해 한 번, 퇴고를 위해 한번, 수정작업을 위해 한번. 십만 자가 되지 않는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사실 나의 의견이 거의 99% 반영된 교정 교열은 처음이었다.
웹소설을 했을 때는 치열하게 싸웠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출판사에서 원하는 방향을 맞추기 위해 코멘트를 달고 또 달았다. 게다가 웹소설은 양도 많다. 처음 출간된 게 26만 자였다. 두 번째 책은 52만 자가 넘는다. 종이책과 달리 단행본의 기준은 그 글자수가 많다. 그랬기에 교정, 교열에 들어가면 며칠 씩 잠도 못 자고 확인하고, 수정하고, 투쟁했었다. 그렇게 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종이책 출간 교정교열은 애교 수준이었다.
교정, 교열은 투쟁이다. 출판사가 원하는 대로 이끌려 가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작가는 자식 같은 글을 쓰고도 제 글이 아니라 마치 다른 사람에게 아이디어를 빼긴 기분을 떨칠 수도 없고, 완성된 책을 보더라도 기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교정, 교열에서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연히 나처럼 결이 맞는 곳을 찾아 서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물론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만나기란 힘드니 희망에 한 표를 걸기보다는 자신의 책을 아끼는 마음으로 교정, 교열 부분에서 목소리를 내었으면 좋겠다.
만약 당신이 타당한 이유로 편집자를 설득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글 쓰는 사람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단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정, 교열은 전화로 이루지는 작업이 아니다 보니, 오로지 글로만 의사소통을 한다. 그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고, 감정이 상하면 그건 고스란히 책에 타격을 입는다. 그러나 글로 설득할 때는 예의를 갖추고 하길 바란다. 내 생각과 감정만 앞세우면 안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전자책 출간할 때였다. 시놉부터 다시 쓰는 작업이었는데, 퇴고 때는 거의 멘붕이었다. 원래 내가 원했던 전개도 아니었으며, 글을 끌고 가는 주인공도 여주에서 남주로 바뀌는 바람에 퇴고 과정에서 손을 놓아버렸다. 원하는 대화체도 사용할 수 없었으며, 오로지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글은 이것도 저것도 되지 못했다. 교정, 교열 때에도 출판사에서 원하는 수정을 해야 했으며, 그건 강요이기보다는 포기에 가까운 결과였다.
만약 처음부터 재 작성이 들어가는 계약을 눈앞에 둔 작가가 있다면 정말 말리고 싶다. 완고가 있다면 완고의 중심을 흐트러지지 않게 스스로 중심을 잡아해야지 만약 출판사에서 전부 고쳐서 왔다고 그대로 한다면 그 글은 더 이상 내 글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감성을 담은 글을 소중하게 생각하길. 교정, 교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내지만, 내 글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