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앉은 아이/아루하/포레스트웨일/10월 출판예정
마지막 퇴고를 하기 전에 출판사에 정식으로 부탁했다. 웹소설 썼던 버릇이 있기 때문에 분명 어색한 부문이 있으니 봐달라고 했다. 편집장님의 친절한 설명이 적힌 e-mail과 파일을 받는 순간 정말 감사했다. 나의 글을 존중하기 위해 애쓴 게 너무 잘 보였다. 문장을 고쳐준 게 아니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감사했다. 글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역시 그들이 처음 내게 했던 그대로 작가님을 위한 출판사이고 싶다는 말을 십분 이해했다.
글 수정과 책임은 작가에게 있다. 나는 2박 3일 동안 수십 번은 읽은 것 같다. 횟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읽으며 수정 작업만 했다. 그제야 보이는 글 버릇이 보였다. 출판사에서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작가 본인만 아는 습관적인 표현이 있다. 이것이 고유 색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반복적인 등장으로 독자로서 책을 읽고 나서 그것만 기억나게 만들 수도 있다. 나는 과감히 삭제하는 것을 선택했다. 만약 필요하다면 추가 문장을 만들어서 상황을 더 자세히 표현하는 것을 선택했다.
웹소설과 일반 소설의 다른 점을 확실하게 깨달았고, 다음 글에도 영향을 받을 것 같다. 나의 습관적인 표현은 은 다음과 같았다.
~지만, 말했다, 답했다. ~00이다.
어찌 보면 별개 아닐 수도 있다. 십만 자나 되는 글자에 저게 100개 내외 있다고 해서 특별할 게 뭐냐고 생각하지만, 작가 본인이 읽었을 때 기억에 나는 단어라면 그건 글버릇인 것이다. 그만큼 표현을 하지 않고, 간단하게 처리한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몇 십 번을 읽어서 여기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빼고, 부수적인 내용을 추가했다. 이 작업은 꽤나 지루하다. 십만 자중에 열 번 이내 혹은 그보다 더 작게 남겨 두고, 과연 이 남겨둔 것은 진짜 필요한 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문장은 읽고 또 읽는 작업을 무한 반복하는 지루한 퇴고다.
책을 내기 전에 마지막이라는 기회다.
이것이 작가의 마음에 조바심을 만든다. 마음만 먹으면 한 번 더 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식이면 책은 영원히 낼 수 없다. 나는 이 작업을 하면서 솔직하게 자신감을 조금 잃기도 했다. 이렇게 고칠 게 많은 글이 과연 책으로 나와도 되나 의심했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생각을 지우고 오로지 자연스러운 문장만 고민했다. 마지막 퇴고라며 읽고 더 이상 수정할 게 보이지 않을 때 나는 메일을 보냈다. 2024년 9월 30일 저녁쯤이었던 것 같다. 더 붙잡고 있으면 책내기로 한 것을 엎을 것만 같았다.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보내고 나서도 한참 망설였다. 내 선택은 돌아보지 말자였다. 글에서 손을 떼고 기다렸다. 다음날 온 답변은 안심이 되기도 했고, 걱정도 되었다.
별거 아닌 문자일 수 있다. 메일 확인은 보낸 9월 30일 밤 9시 16분이었다. 보내고 2분 후였다. 분명 퇴근 후일텐데도 메일을 확인하고 읽어주었다는 사실이 된다. 그랬기에 아침 문자는 진짜 원고가 내 손을 떠났다는 것을 실감함과 동시에 시원섭섭함을 안겨주었다. 그전에 가진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일단 책을 내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책이든 나오기 전에는 모르는 법이니까.
잠시 나를 다독인다. 나는 스스로 선택한 길에 책임을 지고 걸어갈 날만 남았다. 반드시 성공하지는 않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봐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오늘은 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