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카와 다쿠지 (양윤옥 옮김) 출판사 : RHK
이 책을 처음 읽은 게 2021년 5월이었다. 외출에서 근처 알라딘 서점을 찾아 들어갔다. 읽고 싶은 책을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한국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별 뜻이 있다기보다는 고르고 읽다 보면 대부분 한국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한국 소설 코너에 어느 칸에 있다는 책은 그 칸을 다 뒤져도 보이지 않았다. 간발의 차이로 누군가가 데려간 건지 아쉬운 마음에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일본 소설 코너에서 이 아이를 발견했다.
책 겉면에 찍힌 붉은 도장에 2018. 03. 24. 를 보며 오래된 책인가 보다 생각하며 첫 장을 펼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표지와 목차 그리고 중간 부분부터 읽고, 책을 고른다고 하던데 나는 아니다. 첫 장을 펼치고 술술 읽히면 구매하는 편이다. 이 날도 어김없이 첫 장을 펼쳤다. 노랗게 변색된 종이, 행여 찢어질까 조심스럽게 펼쳤다. 막힘 없이 읽히길래 다른 책도 있을까 찾아보았다. 방금 쥔 책은 너무 관리가 안 된 듯해서였다. 주위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혹여 다른 코너에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보았지만, 검색 컴퓨터에서도 조회가 되지 않았다. 한참 망설였다. 책을 꽂아두고 알라딘 서점을 두어 바퀴 돌았다. 한번 눈에 들어온 표지는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를 영상케 했다. 이미 본 아는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결국 그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조금 읽고 자야지 하던 것은 잠을 포기할 정도로 몰입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때 봤던 영화는 파노라마처럼 영상 되었고, 오히려 그때보다 더 자세히 내 머릿속에서 새롭게 탄생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용은 별거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으로 치자면 반전이 있다.
타쿠미와 미오는 서로 동창이다. 타쿠미의 프러프로즈로 가정을 이루는 그들은 둘에서 셋이 된다. 하지만 미오는 셋이 되고 1년이 지난 후 생을 마감한다. 죽기 전 비의 계절의 돌아온다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진짜 비의 계절(장마)이 시작할 때 미오는 타쿠미와 아들 곁으로 돌아오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미오는 타쿠미에게 연애담을 이야기해달라고 하고, 둘은 과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행복해한다. 마치 처음 연애를 한듯한 미오와 처음부터 사랑한 타쿠미는 다시 사랑을 한다. 이 이야기의 반전은 책을 통해서...
물론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일본 영화도 있고, 한국에서 패러디도 했으니까 말이다. 비의 계절에 돌아온다는 미오의 말은 아마 한 번쯤은 들어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책을 덮는 순간에 내가 느낀 점은 단, 하나였다. 다시 미오처럼 사랑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2024년 09월 현재, 나는 그 소원을 이뤘다. 이 책을 다시 리뷰하면서 깨달았다. 나 역시 미오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